오피니언 사설

[사설] 환율급락 방치해선 안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미국시장에서 1만3,255달러에 판매하던 베르나(수출명 액센트)를 지난 3월부터 4.5%(590달러) 인상한 1만3,845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경쟁 차종인 아리스의 가격을 베르나보다 715달러 싼 1만3,130달러에 내놓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 미국법인의 3월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45%나 줄었다. 올들어 원화환율은 크게 떨어진 반면 엔화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결과다. 시장을 빼앗긴 현대차는 판매감소를 막기 위해 딜러들에게 1,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줬다. 베르나 가격인상폭보다 훨씬 많은 돈이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4월 판매감소 폭을 13%로 줄일 수 있었다. 수익을 포기하고 어느 정도 매출감소를 줄이긴 했지만 예전의 시장점유율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언제까지 버텨낼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어제 “환율하락속도와 폭이 우리 수출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수준”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요청했다. 현대차의 예가 말해 주듯이 원화강세로 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자꾸 궁지로 몰리고 있다. 정부는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다. 원화환율의 하락세를 저지할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원화절상이 세계적인 달러약세용인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동안 시장개입의 효과보다 부작용도 커 정부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위안화나 엔화에 비해 유독 원화만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리의 대응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5단체는 인위적인 시장개입보다는 외환수급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외화수요를 늘리고 공급을 줄이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통화 스와프의 적극적인 활용도 촉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자본수지적자를 내서라도 환율의 안정을 도모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해 엔화환율을 안정시키고 있다. 환율하락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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