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업계가 온통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달 여야가 금융회생 관련법안들을 통과시킨 뒤의 변화다.일본 금융기관들은 생존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정부의 공공자금지원이 확정되자 생존을 위한 강한 몸부림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금융기관들은 합병, 업무 제휴, 합작사업 등 각종 합종연횡(合縱連衡)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인 다이이치간교(第一勤業)은행과 후지(富士)은행이 연금과 자금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신탁업무에 대한 제휴 합의에 들어갔다. 후요(芙蓉)그룹 산하에 있는 후지은행은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야스다(安田)신탁은행을 없애는 대신 다이이치간교은행과 함께 내년께 새로운 신탁은행을 설립해 연금운용 등 자산관리 업무를 맡길 방침이다.
금융관계자들은 2일 『일본 금융기관들이 해외업무 철수 결정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용절감과 함께 외국 금융기관들과 광범위한 업무 제휴로 고객들의 해외투자 욕구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해외자산 매각으로 자금이 들어오면 그동안 부실했던 자기자본비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30일에는 미쓰이(三井) 신탁은행이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신탁은행과 국제금융 부분에서 광범위한 업무 제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실시된 금융빅뱅의 일환으로 외국 금융기관들의 일본 진출이 수월해진 것이 일 금융기관간의 변화에 대한 운신 폭을 넓혀주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미쓰이는 해외에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해 얻은 5,000억엔(42억달러)으로 자기자본비율이 건전상태인 8%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이와은행도 지난주 해외업무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97년초 일본채권신용과 지난 8월 일본장기신용이 철수를 결정한 후 이어 나온 것으로 향후 일본 금융기관 전반으로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표 참조
그동안 미국, 유럽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뮤추얼 펀드 운용및 판매 등 선진 금융기법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스미토모신탁은행은 미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오는 12월부터 달러표시 뮤추얼 펀드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2일 발표했다. 달러표시 뮤추얼 펀드가 일본에서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고금리의 외국 금융상품을 판매, 1,200조엔(10조4,300억달러)에 달하는 개인 투자가들의 금융자산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니혼코교(日本興業)은행도 최근 노무라 증권과 파생금융상품 회사를 설립키로 결정했다. 노무라증권의 증권업무 경험과 니혼코교은행의 채권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외에도 미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와 일본생명보험, 다이이치간교은행과 JP 모건, 주오(中央) 신탁과 HSBC증권이 뮤추얼 펀드 부문에 대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신탁 등 각각 다른 금융 영업영역을 포함하는 종합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