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업계 눈앞 이익급급·당국 방관 "합작품"

국내투신사 "이름만 빌려줘도 수수료" 마다 안해<br>금융당국 "적발되면 조치" 불구 실태파악엔 소극


“외국인들은 금융당국이 외수펀드 불법운용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외수펀드의 실태를 제보한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 그는 “투신사 입장에서는 외국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꼬박꼬박 펀드운용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고 금융감독원도 대형사고가 발생해 물의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조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는 외국인과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국내 투신사,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 없다는 금융당국이 합작으로 외수펀드 불법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하지만 고도의 매매기법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외수펀드라는 또 하나의 ‘감춰진 무기’를 통해 시장을 교란시킨다면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장교란 가능성 상존”=외수펀드의 불법운용이 묵인될 때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시장의 방향성이 특정세력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이다. 실제로 외수펀드를 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에서 특정종목에 대해 시장에 파괴력을 줄 만한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내놓고 해당 증권사 창구로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또 선물과 현물을 연계한 차익매매를 하면서 대량으로 현물 프로그램 매매(15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된 주식 바스켓) 주문을 미리 내 증시에 충격을 준 후 선물 가격이 움직이면 이를 통해 이익을 내는 교란작용도 하는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국내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2조원 안팎으로 저조하고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어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시장의 방향성을 잡고 이익을 내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된다”면서 “3,000억원 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형평성에서 어긋난다=지난 17일 현재 외수펀드 규모는 3조122억원(20개). 외수펀드를 통해 연간 5회 정도 매매를 한다고 치면 대략 450억원 가량의 세금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외수펀드의 불법운용으로 외국인들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증권거래세를 꼬박꼬박 내는 국내 일반 투자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외수펀드의 활용가치가 절세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여타 시장참여 비용을 줄이는 효과다. 실제로 외부자금을 조달해 운용할 경우 외수펀드 형식을 취하면 국내에 별도의 운용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직접 운용할 수 있다. 부대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이 때문에 최근 외수펀드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외수펀드를 추가 설정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감독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외수펀드의 불법운용이 적발되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극적인 실태파악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유병철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일부 외수펀드의 경우 불법매매를 할지라도 외관상으로는 적법하게 이뤄져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면서 “변칙적인 운용에 대해서는 검사국에서 적발해 매매규모 및 위반 동기, 고의성 등 사안에 따라 제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가 수익자의 의사에 따라 매매를 결정하는 사례는 외수펀드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단독 사모펀드의 문제”라면서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운용되는 것인데 수익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외수펀드는 97년 외국인투자가 전면 개방된 후부터는 죽은 제도와 다름없다”면서 “증시에 교란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없다면 굳이 제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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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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