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보험상품판매가격 자율화를 추진하자 대형사와 중소형 보험사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어 상품 가격이 자유화될 경우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상품개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소형사는 보험개발원 등을 통해 요율을 제공받고 있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어 판매 부실화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보험상품의 95%에 해당하는 사후 신고상품에 대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요율을 산정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현재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보험료가 회사별로 차별화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요율을 산정할 수 있어 가격 자유화 조치를 반기고 있다”면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대형사들이 정보를 독점할 경우 중소형사들은 고사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보험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감위의 대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 “다만 이 조치가 조기에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후 감독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은 중소형사들이다. 중소형사들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없어 보험 요율을 제공하는 보험개발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형사의 자료가 빠진 보험개발원 자료를 이용해야 하므로 신상품 개발 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대형사와 차별된 상품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 중에서는 한계 상황에 도달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가격 자율화 방안이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의 절대수가 많다”며 “보험사들이 필요에 의해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사들이 대형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험업권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9일 자동차책임보험과 변액보험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한 전 보험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완전 자율화하는 대신 보험사의 상품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중소형사들의 반발 때문에 감독당국은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의 파장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