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를 향한 대반전에 진입했나.”
22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데에는 지난 주말 `유연한 환율 제도가 필요하다`는 두바이 선진 7개국(G-7)회담의 성명서 채택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번 회담 이후 외환 시장 내에서는 아시아 각국 정부의 환율 개입 어려움으로 달러화의 약세 행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22일자)의 경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그동안 지속적인 외환 개입을 통해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서왔던 일본의 환율 조작이 어려워져 엔화가 향후 달러 대비 사상 최고치인 79.75엔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엔화 강세는 아시아 각국 통화의 동반 절상을 야기, 대미 수출이 절대량을 차지하는 일본, 한국, 타이완 등의 증시에도 초대형 악재로 등장했다.
◇`두바이 쇼크`로 아시아 통화 강세 지속 전망 =가장 큰 문제는 이번 `두바이 쇼크`로 인해 향후 일본 엔화는 물론 한국 등 아시아 각국통화의 동반 절상이 장기 추세화 할 수 있다는 점. 호주의 커먼웰스 은행의 투자 전략가인 알렉스 슈만은 “G-7성명서는 존 스노 미 재무 장관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통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유로화의 경우 지난 1년간 달러대비 20%의 급등세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최근 경기 회복 조짐에도 불구, 지속적인 외환 개입을 통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상승률이 5%에 그쳤었다. 실제 일본이 올들어 외환 시장에 퍼부은 돈은 10조엔(약 1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담 결과에도 불구, 아시아 각국들의 외환 개입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제 막 장기 불황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의 급상승은 수출 경쟁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어 외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결정적인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 역시 아시아 외환 시장 불안 요인이다. 중국이 위앤화 평가 절상할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세계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과 함께 아시아개발 은행의 경우 특히 다른 아시아국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 일본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진출이 늘고 있어 아시아 경제의 생산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통화가치가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경우 이들 국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율 강세, 아시아 금융 시장 전반에 직격탄=이러한 환율 불안은 최근 세계 경제 회복 조짐에 따른 수출 회복 기대로 상승 무드를 타고 있는 아시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절상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기업 수출 채산성은 업종별로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용 기계가 달러당 116엔선, 가전 제품을 비롯한 전기 산업은 114엔대가 상한선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 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이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아 장기적으로는 외환 악재가 일본 등의 증시 상승폭을 다소 완화시키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