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엑소 루한, 쑹 선장 그리고 유커


지난주 말부터 중국의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한국 관련 내용으로 도배되고 있다. 서해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 한국 해경에 사살된 쑹모 선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 중국인들의 시각은 '자국의 선원이 조업 중 무리한 단속에 희생됐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하나같이 자극적인 언사다. '경악' '참사'를 비롯해 '저자세 (중국) 정부' '매국 (어업) 협정' '한류 반대' 등이다. 정당방위라는 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중국 어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시간대에 한국의 포털과 SNS도 중국 관련 내용으로 시끄럽다. 남성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루한의 탈퇴와 소송에 관한 것이다. 한국인의 시각도 비슷하다. '실컷 키워줬더니 인기 좀 있게 됐다고 배신을 때렸다.' 앞서 역시 중국인 멤버로 팀에서 탈퇴했던 엑소의 크리스와 슈퍼주니어 한경의 사례도 다시 언급된다.


물론 두 사례는 다를 수 있다. 서해 불법조업은 순전히 한국이 피해자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한국 측 해양생태계의 피해가 막심하다. 반면 루한의 사태는 중국인을 '이용'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가운데 마찰이 생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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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간에 사업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하다.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다. 특히 한국 측이 심하다. 한중 간의 거래에서 양적으로는 한국이 더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가장 민감한 쪽은 관광업계다. 한국을 찾아 소비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저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법 여부를 가려 조업을 허용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하는 것은 당연히 주권국가의 권리이자 의무다. 엑소 사건은 민사사건으로 역시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중국인들의 비합리적인 반발로 유커가 단기간 줄어든다 해도 감수할 수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중국에서는 없는 한국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그것은 품질 좋은 화장품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문화유적, 연예인급 얼굴을 만드는 성형의료일 수도 있다. 나아가 이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률ㆍ제도와 사회 시스템도 자랑거리로 삼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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