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리더의 덫

대부분의 리더들은 한결같이 똑똑하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리더로 올라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불굴의 의지를 지녔거나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하다는 등 리더들이 갖춘 덕목을 칭찬하는 말들 역시 밑바탕에는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것이 깔려 있다. 똑똑한데다 뚝심이 있거나, 충성심이 뛰어난 것이지 단순히 뚝심이나 충성심만으로 리더에 올라서는 일은 요즘 시대에는 극히 드물다. 이런 리더들이 예외 없이 빠지는 오류가 바로 ‘똑똑한 리더와 멍청한 부하’라는 도식적 관계 설정이다. 조금 찬찬히 둘러보면 이 같은 관계 설정이 매우 자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능력 과신할때 조직 위험해져 리더 스스로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믿고 행동할 때 조직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며 동시에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막강한 결정력과 위세를 지닌 리더가 ‘자신은 아랫사람보다 무조건 백배ㆍ천배 똑똑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면 조직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 아랫사람들이 내놓는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나 충고도 그저 그런 소음쯤으로 넘어간다. 상당수의 리더들이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경계하겠지만 미안하게도 ‘똑똑한 리더의 어리석은 실수’는 매순간 벌어진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리더들은 부하나 조직, 주변의 조언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조직의 리더가 툭하면 자기식으로 모든 사안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이 같은 시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한다면 어느 누가 리더 앞에서 다른 의견이나 시각을 표현할 수 있는가.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착같이 자신의 입장이나 의견을 리더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리더와 다른 의견이나 입장ㆍ시각을 갖는 것 자체가 ‘바보의 선택’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아랫사람이 멍청하다고 해도 리더와 부닥쳤을 때 발생할 인사상의 위험 등을 모를 정도로 바보스럽지는 않다. 백번 양보해서 이들이 설사 바보스럽다 해도 리더로부터 매번 핀잔과 꾸지람을 듣다 보면 없던 눈치도 생기게 마련 아닌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리더 본인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겠지만 주변에서는 여지없이 그를 향해 ‘독선적’이라고 평가한다. 독선적인 리더의 판단과 실수로 인해 조직이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위기에 직면한다면 이를 피해갈 가능성도 사실상 매우 적다. 게다가 이 상황은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최악의 환경과 함께 등장한다. 위기를 맞아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도 없다면 그 조직이나 리더는 조만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만 4년이 됐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각 부처 수장이나 청와대 각종 수석으로 입각한 사람들 가운데 평소 자신들의 소신이나 시각, 세계관을 바꾼 사람들을 간헐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비근한 예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도 자금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자제한법안(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불과 몇 달 사이 기존 태도를 180도 수정해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권 부총리가 왜 자신의 입장을 바꿨는지 묻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동안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 필요 대부분의 리더들은 초기에는 주변의 따가운 질책이나 껄끄러운 조언들을 고마워한다.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다른 방식의 해법을 제안하면 다시 한번 고민하며 잘못된 궤적을 수정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으면 ‘스스로의 판단이나 시각을 의심하는 반성의 기회’를 놓치거나 거부한다.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지난 4년의 통치기간 동안 사회 각 부문과 숱하게 갈등하고 충돌을 일으킨 것을 놓고 ‘기득권 세력에 대한 과도한 반감’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기자는 여기에다 ‘잘못된 궤도를 과감하게 인정하는 겸허함의 부족’도 참여정부를 곱지 않게 바라보게 만드는 큰 요소라고 꼽고 싶다. 남은 1년 동안이라도 참여정부는 ‘리더의 덫’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의심해보는 자세’를 갖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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