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부패의 경제학

최근 들어 부실기업 처리 등과 관련된 뇌물 스캔들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가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개혁이라는 말이 상시적 구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서 보듯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기관의 종사자가 공범의 의혹 선상에 오르면 혐오지수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부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역설(逆說)도 내놓는다. 부패가 조직화돼 있어 일단 한곳에 뇌물을 제공하면 원하는 결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뇌물이라는 윤활유가 관료제의 경직성을 완화시켜 경제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압축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를 비롯한 일부 후발 산업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이는 타당성이 떨어지는 소수 의견일 뿐이다. 부패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 경제의 눈부신 성장도 부패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부패에도 불구하고 달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 부패의 끈질긴 생명력은 기업의 ‘경로의존성’과 권력의 지나친 ‘잉여가치’에서 나온다. 경로의존성이란 한번 경로가 설정되면 관성 때문에 궤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가리킨다. 일단 뇌물을 통해 효과를 얻으면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는 의미다. 반면 정치권과 관료는 부패의 꾸준한 수요자가 된다. 여기에 학연ㆍ지연ㆍ인맥이 가세하면 부패의 먹이사슬구조는 더욱 견고해진다. 부패는 청산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권력의 잉여가치가 큰 사회에서는 출세와 물질적 보상이 맞물리며 부패의 유혹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개혁 전도사를 자처하는 사람도 권력의 완장을 차게 되면 먹이사슬구조에 쉽게 편입되고 만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대책은 권력의 잉여가치를 줄이고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없도록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부패청산이란 공언(空言)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