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비운의 와이브로' 부활의 몸짓

세계 최초 상용화 불구 정책실패 등으로 '찬밥'<br>최근 LTE 개막 붐 타고 "당장 이용" 가입 급증에 제4이통 등장도 기폭제<br>"반짝인기 그칠것" 분석도


롱텀에볼루션(LTE)과의 4세대(4G) 이동통신망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찬밥신세'였던 와이브로가 LTE 상용화 시작과 함께 부활의 몸짓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6년 세계 첫 4세대 통신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토종기술. 그럼에도 그동안 정부의 정책실패, 기존 통신사업자의 투자부진, 미미한 가입자 확보 등으로 '미운 오리'취급을 받아왔다. 8일 KT에 따르면 지난달 와이브로 접속모뎀 '에그' 가입자 수가 하루 평균 1,318대로 급증했다. 1, 2월 하루 평균 에그 가입자 수가 200여대 수준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덕분에 올해 초 40만명을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던 KT 와이브로 가입자 수도 지난달 말 기준 47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KT 관계자는 "LTE시대가 다가오면서 에그도 인기 스마트폰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LTE 상용화가 시작됐지만 지나치게 비싼 요금,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는 문제점 등으로 오히려 LTE 대신 와이브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에그는 와이브로 신호를 무선랜(와이파이)으로 변환시키는 장치. 에그를 이용하면 스마트폰ㆍ태블릿PC로 KT의 와이브로망이 구축된 전국 82개 시와 8개 주요 고속도로에서 와이파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 KT는 2006년 정부 주도로 SK텔레콤과 함께 와이브로망을 구축했지만 정작 가입자 수(6월 기준 KTㆍSK텔레콤 합계 55만명)가 크게 늘지 않아 속앓이를 해왔다. 하지만 LTE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역설적으로 LTE에 밀린 와이브로에도 기회가 왔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커지고 있다. KT 측은 "LTE시대가 와도 LTE만으로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KT는 LTE를 주력으로 3세대(3G) WCDMA망과 와이파이ㆍ와이브로 등 3W를 모두 활용하는 LTE+3W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이브로는 전국망이 깔려 있는데다 와이브로 모뎀도 종류가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또 아직 국내에 LTE 스마트폰은 없지만 와이브로의 경우 HTC의 스마트폰 '이보(Evo) 4G+', 태블릿PC '플라이어 4G'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요금도 와이브로가 훨씬 저렴하다. 에그는 월 30GB 상품이 1만9,800원이지만 LTE모뎀요금제는 5GB가 월 3만원대다. 3G와 와이브로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더 싸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4이동통신 역시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할 예정이어서 와이브로 부흥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 업체는 지난해 와이브로 장비 약 1조2,000억원어치 규모를 동남아시아ㆍ중동 등에 수출했다. 이동통신사들의 와이브로 관련 해외진출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기대해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와이브로가 이동통신사들의 4G 경쟁 속에서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와이브로는 이론적으로 LTE와 비교해 속도가 절반 수준이라 LTE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밀릴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와이브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와이브로 에볼루션(Evolution)'으로 투자가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전세계 이동통신사가 앞다퉈 LTE를 4G통신망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와이브로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진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내년쯤에나 와이브로 에볼루션에 대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KT 역시 와이브로 에볼루션과 관련해 정해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KT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도 와이파이처럼 경쟁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시장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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