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역마케팅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번호이동 변경기간이 5~7일이나 걸리기 때문에 고객 불편은 물론 그 기간동안 경쟁사의 이탈방지를 위한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고객들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신청 후 5~7일을 기다려야 한다. KT 등 기존 집전화회사들은 이 기간 중 해지요청 고객정보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이탈을 막기 위한 설득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번호이동은 일반적으로 고객신청 -> 통신사업자연합회 적격심사 -> KT전산심사(원부확인) -> 개통일시 협의 -> 개통의 수순을 밟는다. 이때 KT 전산심사 이후 개통까지는 최소 3~5일이필요하다. KT 등이 마음만 먹으면 번호이동 완료 전 고객 붙잡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말부터 3개월간 실시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기간 동안 역마케팅이 기승을 부려 번호이동 신청 대비 30% 만이 개통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KT 등 유선전화 업체는 번호이동 신청 가입자에게 번호이동을 하지 않으면 유선전화 기본료를 면제해준다거나 인터넷전화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 이탈을 막았다. 따라서 인터넷전화업계에서는 현행 번호이동 시스템 개선이나 역마케팅에 대한 근본적인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대해 방통위는 단기간내에 번호이동 체계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선전화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KT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한 변경시일을 단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장원 방통위 이용자네트워크국 사무관은 “유선전화는 현재 RCF(Remote Call Fowarding:비지능망) 방식이어서 수작업이 필요하다”며 “실시간 번호이동을 하고 있는 이동전화처럼 QOR(Query on Release:지능망) 방식으로 전산처리를 하려면 KT의 PSTN 교환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통위는 역마케팅을 막기 위해 대책반을 만들어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행정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전담반이 발족한지 1년이 넘었고, 시행시기 역시 반년 가까이 늦춰졌음에도 그동안 확실한 대비책을 만들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작업으로 하는 원부확인만 전산화해도 기존 유선전화 회사들이 해지요청 고객정보를 알 수 없게 된다”며 “방통위가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