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11일] 産銀의 리먼 인수 불발은 잘된 일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협상이 불발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의 지분을 인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산은이 리먼과의 인수협상을 접기로 한 배경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격이나 인수조건이 맞지 않고 정부 내에서 반대의견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산은의 리먼 인수포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리먼 주가는 하루 사이 45%나 떨어졌고 뉴욕증시도 충격을 받아 2.4%나 하락했다.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2,000억달러 구제금융으로 안정을 찾는 듯하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리먼과의 인수협상 결렬은 첫 민간인 출신 금융인을 영입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꿈꾸었던 산업은행에 많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민영화를 앞둔 산은은 리먼을 인수하면 단숨에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5조~6조원으로 2만8,000여명의 직원에 40여개국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갖춘 리먼의 인수는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등 세계금융시장의 심장부로 가는 직행열차를 탈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사정이나 리먼의 기업가치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협상을 접은 것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리먼의 부실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다 실적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은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국책은행이니 만큼 민간기업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투자했다가 불안한 국내 외환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특히 미 정부의 노력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량 모기지 업체들까지 위태로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리먼을 섣불리 인수했다가는 부실을 떠안는 등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투자은행 설립이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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