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여전히 대통령실장 노릇만(?) 하는 통일장관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 수장인 류우익 장관에 대해 안팎으로 말들이 무성하다. 취임한 지 100일가량 지나면서 류 장관의 그간 행보에 대한 평가들이 엇갈린다. 취임 초 류 장관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요즘은 장기화되는 남북관계 경색은 제자리걸음인데 장관은 보여주기식 대외활동에만 치중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커져가는 분위기다. 지난 8ㆍ30 개각에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내정되면서 통일부에 대해 기대감은 현정부 들어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신임장관으로 오는 만큼 장기화되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 당시 류 장관에 대한 기대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류 장관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원인으로 통일부의 정책현안 감추기 같은 비밀주의 행태가 꼽힌다. 일례로 정부가 국제 구호단체인 독일 카리타스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 100만명에게 간염 예방 백신을 전달한 사실을 감추거나 고려 왕궁터인 개성 만월대 발굴 사업을 숨기며 쉬쉬하다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는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왜 자꾸 알려고 하느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아 출입기자단과 마찰을 빚기 일쑤다. 보여주기식 대외행보도 류 장관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데 한몫했다. 이례적으로 류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잇따라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고 고위급 관계자들을 접촉했지만 실속 없는 인물들만 만나 성과 없이 의욕만 앞선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단력 부족한 정책 판단이 류 장관이 크게 비난을 사는 이유란 평가도 있다. 연평도나 천안함 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행위와는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 같은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먼저 제안하고 손을 내밀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류 장관이 여전히 대통령실장 노릇만 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한 외교안보 고위당국자의 얘기처럼 통일부 수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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