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엑스맨’ vs. ‘슈퍼맨’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두 영웅 세력이 맞대결한다.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슈퍼맨 리턴즈’가 그것.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엑스맨’. 지난 15일 개봉한 ‘엑스맨’은 첫 주에만 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롱런을 예고했다. 월드컵 기간 한가운데서 개봉한 것 치고는 대단한 성적. 슈퍼맨은 이보다 2주 늦은 6월 28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다. 하지만 ‘슈퍼맨 리턴즈’는 올여름 블록버스터 최고액인 2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 스타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기용 등으로 기대를 늦출 수 없는 영화다. ‘영웅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액션’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만큼 또 다른 두 영화,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한가운데 있는 이들의 대결을 따라가 본다. ◇ 원작
원작 ‘슈퍼맨’이 탄생한 것은 1938년. 미국의 만화전문 출판사인 DC 코믹스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완벽한 영웅을 창조해냈다. 슈퍼맨이 만들어지던 시대는 당시 경제공황의 후유증과 회생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던 시대. 슈퍼맨은 뉴딜정책의 모토인 3R ,‘구제(reilief)’, ‘복구(recovery)’,‘개혁(reform)’을 적극 실천했다. 사회적 약자를 '법대신 주먹'의 방식으로 구제해주는 대리경찰, 이후 세계경찰로 성장한 미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슈퍼맨이다. 반면 DC코믹스의 라이벌 출판사인 마블코믹스을 통해 탄생한 ‘엑스맨’의 주인공들은 완벽한 슈퍼히어로 슈퍼맨과는 다르다. 슈퍼맨이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선이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흔들리는 법이 없는데 반해 ‘엑스맨’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사소한 일로 고민하고, 정체성을 의심하고, 옳고 그름의 판별에 힘들어 한다. 특히 자신이 보통사람과 같지 않음이 주된 고민거리다. 이러한 ‘엑스맨’의 성격은 만화를 탄생시킨 1960년대 미국의 시대배경에서 기인한 것. 반전과 저항의 시기였던 당시 미국 문화가 담겨 있는 것이 ‘엑스맨’이다. ◇감독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슈퍼맨 리턴즈’는 감독문제로 기이하게 얽혀 있는 영화들이다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전편인 ‘엑스맨’‘엑스맨 2’의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 바로 ‘슈퍼맨 리턴즈’의 연출자다. 1,2편의 성공에 힘입은 제작사는 3부작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편의 감독도 그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싱어는 어린시절부터의 꿈이었다는 슈퍼맨의 연출을 위해 이를 고사했다. 그래서 대타로 선택된 것이 ‘러시아워’의 브렛 래트너. 래트너는 한때 ‘슈퍼맨 리턴즈’의 감독으로 거론되기도 했기 때문에 이 두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슈퍼맨 리턴즈’의 감독 브라이언 싱어는 ‘유주얼 서스펙트’ 한편으로 일약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인물. ‘엑스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전세계적 흥행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영화에 자신만의 스타일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인물. 반면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브렛 래트너는 전형적인 액션블록버스터 감독의 길을 걸은 인물이다. 치밀한 드라마보다는 화려한 액션과 압도적인 비주얼을 화면에 담아내는 데에 남다른 재주를 보인다. ◇ 배우
‘엑스맨’ 시리즈는 1편 제작당시부터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3편에도 1,2편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호주출신 배우 휴 잭맨은 ‘엑스맨’ 1,2편과 ‘반 핼싱’ 등으로 미국 영화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인물. ‘스톰’ 역의 할리 베리, ‘로그’역의 안나 파퀸은 각각 ‘몬스터볼’,‘피아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악역 ‘마그네토’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유명한 이안 맥켈런. 반면 ‘슈퍼맨 리턴즈’는 새 얼굴이 대거 출연한다. 감독은 슈퍼맨이 지녔음직한 고전적 이상들을 영화에 주입시키기 위해 ‘슈퍼맨 리턴즈’의 주인공을 무명의 배우로 골랐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브랜든 루스. 여주인공 로이스 레인역도 케이트 보스워스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캐스팅했다. 대신 슈퍼맨리턴즈는 악역인 ‘렉스 루터’ 역으로 명배우를 기용했다.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 스페이시는 새롭게 재해석한 렉스 루터로 ‘슈퍼맨 리턴즈’에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었다. ◇비주얼
‘엑스맨3:최후의 전쟁’의 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약 1,500억원).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화려한 비주얼은 더 늘었다. 블록버스터로서는 지나치게 드라마에 치중했던 전편과는 달리 ‘엑스맨:최후의 전쟁’은 스케일도 대폭 상향 조정, 금문교를 통째로 떼어 알카트라즈 감옥에 날려 보내는 식의 대규모 CG장면을 보여준다. ‘슈퍼맨 리턴즈’의 제작비는 이보다 1억 달러나 더 많은 2억 5,000만 달러. 제작진은 12주간 옥수수를 직접 길러 슈퍼맨이 어린시절 살던 농장을 조성하기도 하고, 바다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 선실이 딸린 렉스 루터의 4층 짜리 호화 요트를 집적 제작하는 등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었다. 슈퍼맨은 심지어 더 스펙터클한 화면을 위해 영화의 20분간을 아이맥스3D로 제작하기까지 했다. ◇ 내용.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말살하는 ‘치료제’의 등장을 다룬다. 돌연변이 초능력자가 ‘환자’로서 치료를 받아들이고 인간사회에 편입될 것인가, 아니면 동화를 거부하고 박해를 감내할 것인가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리즈의 전편이 가졌던 아웃사이더의 감수성과 취향은 거기까지다. 어느새 영화는 초능력자들을 선과 악의 두패로 나누고 치열하게 싸움을 붙인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이 고향별 크립톤 행성으로 떠난 5년 뒤를 그린다. 고향에서 돌아와 클라크 켄트의 신분으로 '데일리 플래닛' 신문사에 재입사 했지만 그 사이 연인 로이스 레인은 어린 아들과 약혼자까지 생겨버렸다. 게다가 숙적인 렉스 루터는 감옥에서 풀려난 후 슈퍼맨의 요새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수정을 훔쳐내 미 대륙을 파괴할 계획을 세운다. 돌아온 슈퍼맨은 초영웅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 점 의심 없이 영웅의 길을 걷는 모습은 전형적인 기독교식 영웅서사. 그런 면에서 ‘슈퍼맨 리턴즈’는 9.11테러로 자신들의 슈퍼 파워에 일격을 당했던 미국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영화다. 때문에 ‘엑스맨’에서 볼 수 있었던 싱어의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