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상파고 거세진다/세계반도체시장 전망] 치열한 ‘생존게임’ D램업계 지각변동

하이닉스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D램 상계관세 예비판정으로 세계 D램 반도체업계가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3년여간 계속된 IT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D램 값 폭락으로 현재 1위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피니온(3위), 난야테크놀로지(5위)를 제외한 10위권 업체들은 모두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마이크론과 일본의 엘피다, 하이닉스 등을 `벼랑 끝에 선 기업`으로 꼽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D램 가격은 단기 급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업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승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마이크론 `자충수` 될 수도=상계관세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하이닉스다. 이번 판정으로 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사업의 절대 기반인 미국과 유럽시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경영개선 프로그램에 커다란 차질을 빚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번 상계관세를 이끌어낸 제소의 주역 마이크론 역시 하이닉스에 대한 충격이 자신을 짓누르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하이닉스의 대미수출 차질로 생산물량이 현물시장에 대거 쏟아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마이크론은 채산성 최악이라는 `단기 쇼크`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세계 D램생산 2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9분기 연속적자를 이어나가며, 2001년 이후 누적 적자규모는 34억1,97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D램값이 추가하락하면 마이크론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밖에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일본의 엘피다와 7~10위권의 타이완 및 일본업체들도 출혈생산이 가중돼 경영상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와 독일의 인피니온, 타이완의 난야테크놀로지 등은 이번 판정의 직간접적인 수혜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기존 8인치보다 생산성이 두배나 높은 12인치 웨이퍼 팹(일괄처리공정ㆍFab)을 가동중이거나 곧 가동할 예정이어서 원가 경쟁력을 갖춰 놓았으며, 비상상황에서도 충분히 견딜만한 자금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반도체 업체간 `생존게임`이 펼쳐지면 이들 기업에겐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호기가 제공되는 셈이다. 최석포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예비판정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생산 라인 일부를 폐쇄하거나 사업철수를 검토하는 업체도 생겨날 것”이라며 “만성적인 과잉공급 상태인 반도체 업계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단위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램값, 단기 급락 장기 반등= 미국 상무부의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로 D램값은 단기간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 축소로 D램가격이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량의 25%가량을 수출한다. 이번 상계관세 부과로 이 중 상당부분이 아시아 현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여 D램 값이 일시적으로 급락, 2달러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민후식 우리증권 투자분석가는 “단기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의 미주ㆍ유럽지역 물량이 아시아 현물시장으로 전환되면 D램 현물시장 가격은 26%의 공급물량 증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반등할 전망이다. 반등 시점은 세계 D램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죽이기`를 시발로 이들 업체간의 생존게임이 본격화 되면 수 개월내 시장에서 물러나는 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D램값은 물량축소로 다시 급반등의 상승곡선을 탈 전망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관련기사



문성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