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 사실상 제로금리… "달러 약세 가속화"

대규모 국채발행에 車빅3 문제등 펀더멘털 불신 겹쳐<br>전문가들 "내년 1분기 1유로당 1.40弗까지 떨어질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이어지던 미국 달러화 강세기조가 약세로 전환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달러 강세를 유발시켰던 요인들이 줄어들고 있어 기조적인 약세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과 연말 결산을 앞둔 미국행 달러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본국 송금을 위한 달러 매도 공세가 겹쳐지면서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게다가 외환시장의 기저에는 자동차 빅3 처리 문제의 불확실성 등 향후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깔려 있어 달러 약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내년 1ㆍ4분기까지 유로당 1.40달러, 수주일 내로 달러당 85엔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당 1.3736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전인 지난 10월14일 이후 두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는 전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유로당 1.3688달러까지 떨어졌다. 달러화는 이날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여 달러당 90.39엔까지 급락했다. 달러화 가치는 12일 88.53엔까지 떨어져 1995년 8월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엔화에 대해 40%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 ▦FRB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 ▦경기부양을 위한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TB) 발행 ▦연말 결산을 앞둔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 공세 등을 꼽았다. 월가에서는 FRB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0%에서 최소 0.5%포인트 이상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0.3%에 불과한 일본에 이어 사실상 제로 금리에 들어가는 셈이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의 통화전략 책임자인 톰 피츠패트릭은 “중앙은행이 헬기 위에서 달러화를 뿌리는 것 같은 상황”이라며 “이는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하락할 수 있는 충분한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 향후 FRB가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만한 여력은 거의 바닥나게 된다. 이에 따라 FRB가 향후 금융위기를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없어질 것인 만큼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1일 벤 버냉키 FRB 의장도 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마우리스 포머리 IDEA글로벌 애널리스트는 “FRB가 금리인하에다 국채까지 매입하게 되면 달러가치는 급속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양적 통화완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데다 산업생산 등 각종 실물경제지표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경기가 회복되기까지는 정책기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가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통화전략 책임자인 로버트 신크는 “달러화의 가치가 내년 1ㆍ4분기에 유로당 1.4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달러화 약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수석 통화투자전략가인 베네딕트 게르마니는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약세를 이어가면서 수주일 내에 달러당 85엔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