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고수는 웅크리지 않는다

제2보 (13~20)



흑13은 세력의 분수령이 되는 곳. 이제는 백이 14의 걸침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 방면을 흑이 두면 흑진이 양날개를 편 이상형이 되기 때문이다. 흑15, 17은 예정 코스. 여기서 콩지에는 12분을 장고했다. 두칸벌림이냐 세칸벌림이냐를 놓고 고민한 것이었다. 교과서에 적힌 대로 2립3전을 하자면 마땅히 실전보의 백18로 벌려야 하는데 이미 상변에 흑 한 점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흑19의 침공이 불을 보듯 뻔한 장면이니까. 기리에 맞게 두자면 백은 참고도1의 백1로 한칸을 좁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면 흑은 2로 하나 걸쳐놓고서 흑4, 6으로 모양도 좋게 우상귀 방면을 키울 것이다. 이 코스는 백이 겁난다. 백18은 콩지에의 결단이었다. 자기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채 싸우는 길을 선택한 것.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웅크려야 마땅하지만 공격당할 때 당하더라도 웅크릴 수는 없다는 고수의 자존심이었다. 흑19는 노타임.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이다. 백20은 일단 이렇게 누르고 볼 자리. 여기서 이세돌은 5분쯤 뜸을 들였다.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은 송태곤9단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5을 진작에 생중계 사이트에 올려놓고 있었다. "이것으로 흑이 기분좋아요."(송태곤) 그것이면 흑의 실리가 돋보이며 백대마는 아직 미생마의 신세였다. 그런데 이세돌은 여기서 더 좋은 수가 혹시 없나 궁리에 빠졌다. 이 궁리가 결과적으로 화근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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