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은 표본감리를 중심으로 한 일반감리 위주의 현행 회계감독시스템이 문제가 많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계감리제도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혐의기업에 대한 정밀조사 실시와 조직감리 시행이다. 이를 통해 금감위 등은 회계감독 사각지대를 없애고 인력부족에 따른 감리부실화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기업, 범죄자 아니다" 혐의기업만 정밀감리 추진= 표본감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기업은 분식회계에 노출돼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위반사항을 적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독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선안은 기본 출발점을 “기업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혐의기업만을 대상으로 집중 감리하는 방향으로 감리방식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금감위 등은 기업으로부터 감사조서 등 회계자료 일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감사보고서나 수시공시사항 등 공시된 자료를 중심으로 계정과목의 특성, 추세분석, 비교분석하고 여기서 이상징후가 발견될 때만 해당기업의 감리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이상이 발견되면 회계기준 위반 가능성을 분석하고 회사로부터 설명을 듣거나 자료제출을 요구해 타당한 이유를 발견하면 종결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를 제기하지 못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분식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 혐의기업의 경우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정밀감리를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했을 경우 상장, 등록법인에 대해 3~5년에 1회씩은 감리를 할 수 있어 회계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고, 기업에게는 언제든 한번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 회계부정의 억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기대다.
◇조직감리 실시 '기업 간접감리' 효과 기대= 하지만 혐의기업만을 대상으로 감리를 할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 대해 정밀감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분식회계의 가능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미국 감독당국에서 현지 상장기업의 감사인에 대한 직접 검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조직감리다. 조직감리란 회계법인의 감사업무에 대해 증선위나 금감원 등이 감리를 직접 실시하는 것이다. 즉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는 회계법인이 담당하고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감독당국이 실시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간접감리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주의나 시정 요구 등 경미한 조치를 받았을 경우에는 자발적인 정정의 기회를 주게 된다. 또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당 기업이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수정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