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긴급진단 에너지 전쟁] <3> 몸 따로, 마음 따로

산유국과 긴밀한 유대관계 갖춰야 정보입수등 유리<br>中東위주 탈피 개발지역 넓히고 정상외교로 지원을<br>동남아등 진출지역 발전에 기여 프로그램 앞세워야



“계약금 620만 달러(65여억원)가 떼이게 된 것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게 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의 밥맛을 잃게 했다는 오일게이트가 터져 나오자 석유메이저 쉘의 러시아 석유개발 전문가는 이렇게 우려했다. 한국으로선 오일게이트가 정권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힌 것보다 해외자원 개발의 좋은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에 더 안타까워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부에선 해외유전 개발을 도박에 비유한다. 유전 개발의 성공확률이 5%정도에 머무르는 만큼 도박이라고 불릴 만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박의 성공이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자주원유 개발률이 86%에 이르고 있는 프랑스. 국가전략 차원에서 각종 기술개발과 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대했고 이는 곧바로 자국기업을 세계 8위의 석유회사로 성장시켜 프랑스를 굳건한 자원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황금의 샘은 우연히 찾아지지 않는다=2000년 2월16일. 페루 카미시아 유ㆍ가스전의 광구 입찰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SK㈜는 미국 헌트오일, 아르헨티나 플루스페트롤 등 5개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국제경쟁입찰에 참여했다. 이미 쉘과 지리한 협상을 치룬바 있는 페루 정부는 최대 35%까지 로열티를 요구했다. SK㈜ 컨소시움은 입찰 이틀전 예상을 깨고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로열티를 제시했다. 임시종 SK㈜ 페루 지사장은 “경제성 분석 결과 40%까지도 로열티를 줄 수 있다는 데 컨소시움 대표들이 동의했고, 헌트 대표의 생일인 7월 24일에 맞춰 37.24%로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과는 당연히 SK㈜ 컨소시움의 승리였다. 프랑스 토탈이 35.5%의 로열티 비율을 제시하며 보였던 웃음은 곧 개봉된 SK㈜컨소시엄의 카드에 난감함으로 바뀌었다. 석유개발사업을 흔히 클럽(Club)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시쳇말로 7자매에서 5형제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기세 등등한 오일메이저들은 자신들끼리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며 물밑거래를 통해 광구입찰을 따내고 있다. 지난 98년 9월 석유공사와 SK㈜가 따낸 베트남 15-1광구는 메이저들과의 한판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유전개발 사업이 돈만 갖고 되는 사업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평소 산유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으면 좋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은 황금은 초기 개발기처럼 우연히 땅을 파서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황금의 샘은 누군가 개발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련된 전략을 만들자=전문가들은 이제 해외유전개발 사업전략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원을 갖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유전개발이 국가개발사업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지역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ㆍ중앙아ㆍ중남미에 대한 진출은 이들이 국가 개발을 위해 원하는것부터 우선 파악해야 한다. 이복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대부분의 자원보유국은 균형적인 산업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을 성장시켜온 경험과 전략 그리고 관련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해당국가의 석유개발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개발 해당 지역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개발지역(중동)에서 벗어나 개발지역을 다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물론 석유공사를 비롯해 SK㈜ㆍGS칼텍스 등이 해외유전개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및 정상외교의 지원이 뒷받침돼 러시아 서캄차카, 서아프리카 등으로 석유개발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뚜렷한 현안이 없더라도 인도네시아 등을 수시로 방문, 에너지외교를 성사시킨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석유 메이저를 이용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오일메이저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석유개발에 대한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며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국가에 대해서는 오일메이저를 포함한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성공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고 이때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만만찮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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