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불의 나라'를 찾아간 이유

바쿠유전으로 유명한 아제르바이잔은 나라 이름 자체가 ‘불의 나라’다. ‘불’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아자르’와 땅을 뜻하는 아랍어 ‘바이잔’의 합성어에서 유래한다. 바쿠 일대는 BC 6~7세기부터 석유 생산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고 하니 불을 숭상하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가 이곳에서 번창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때 세계 석유공급의 절반을 담당했던 바쿠유전의 화려한 옛 명성은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확인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도심에서 8㎞ 떨어진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서 바쿠 시내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석유시추탑이 전봇대처럼 촘촘히 박혀 있다. 옛 소련시절 과도한 채굴로 퇴물이 돼버린 시추탑이지만 지금 아제르바이잔은 바쿠유전시대 이후 제2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 해상유전개발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발판으로 2000년대 들어 연간 10%를 넘는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는 무려 26.4%의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마나트화(貨)의 리디노메이션(화폐단위변경ㆍ5,000대1)을 단행, 경제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과 유럽ㆍ러시아ㆍ중국과 일본 등 세계 열강이 ‘불’을 찾아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연초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에 자극받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상주 공관을 설치한 일본은 미국 다음가는 32억달러를 투자했고 7억달러의 차관도 제공했다. 누적 투자액 1건 2만달러, 2005년 수출 3,220만달러에 그친 한국의 대(對) 아제르바아잔 위상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국빈방문은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문일 뿐만 아니라 상주 공관이 없는 나라의 대통령 방문도 처음이다. 자원 외교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전략적 요충지임에도 너무 늦게 온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한 청와대의한 고위관계자의 반성은 아제르바이잔 방문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