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이후 소비 위축 IT이어 舊경제 휘청세계 경제가 동시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도 경제 침체의 수렁이 깊어지면서 지구촌 경제의 장기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과 달리 선진국 경제는 양(量)과 질(質)에 있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어 이들 국가의 침체는 더욱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초유의 장기호황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가 9.11 테러 참사의 후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침체에 돌입했다. 테러와의 보복전쟁, 추가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ㆍ4분기에 이어 4분기에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세계 총생산의 25%, 국제 유동성 거래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침체 여파가 깊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일쇼크 이후 20년만에 미국, 일본, 유럽의 동시 불황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지난해말 이후 미국의 저성장은 정보통신(IT) 산업의 거품 붕괴에 따른 투자 급감에서 비롯됐지만, 테러 이후 불황은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위축에 근원을 두고 있는 만큼 파장의 위력이 엄청나다.
IT 산업 침몰로 신경제 산업 영역이 무너진데 이어 소비 둔화로 자동차ㆍ철강ㆍ소매판매ㆍ서비스 산업 등 구(舊) 경제 영역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3분기와 4분기 초의 미국 경제지표들을 보면 소비에서 생산, 투자, 고용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 경제영역에서 10년 동안 부풀어오른 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 호황이 끝나면서 발생했던 1930년대 대공황 때의 초기 모습과 비슷한 양상이다. 대공황 때와 다른 점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초고속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연방정부가 GDP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재정자금을 뿌릴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대책이 경기 사이클의 하강 속도와 무게를 완충할 뿐, 내리막길 자체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뉴욕 월가의 분석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후 시작된 미국의 경제 호황은 넘쳐나는 산업 생산과 달러를 해외에 밀어내기 위해 무역과 금융 자유화를 골자로 하는 글로벌리제이션을 형성했다.
그러나 국경을 무너뜨린 지구촌 단일 경제는 이제 미국의 불황을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유럽 대륙의 성장 엔진인 독일이 올해 성장 전망치를 2%에서 0.75%로 낮췄고, 일본은 실업률이 5.3%로 상승하는등 지난 98년 아시아 위기 이후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은 3~4년전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다시 미국발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월가 자금이 정치혼란을 이유로 빠져나오면서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처해 있고, 홍콩에선 경쟁국인 한국과 타이완 통화가 올들어 10~15%의 절하됨에 따라 고정환율제를 해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0년대엔 중남미 위기가 아시아로 건너오지 않았고, 아시아 위기가 중남미로 파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경제 침체에 따른 국제교역 부진, 국제 유동성의 이머징 마켓 기피로 중남미와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는 ▲ 미국의 불황 ▲ 일본의 장기 침체 ▲ 이머징 마켓 위기의 파고가 동시에 다가오고 때문에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