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경제정책 집중점검]경제기조·조세정책
李 "자율과 책임 공정경쟁" 盧 "성장보다 적절한 분배"
16대 대통령선거가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후보들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국정원 도청 폭로, 땅투기 의혹, 보물선 주가조작 책임론 제기 등 상호 비방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유권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유권자들이 대선후보들이 내건 경제정책들을 차분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대선후보 경제정책 공약 집중 점검'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선 후보들은 3번에 걸쳐 실시되는 TV합동토론 가운데 10일 치러질 경제분야 토론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편집자 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경제정책 공약에서는 겉보기에 큰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 분야별로 내건 기치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어느 후보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의 줄기가 크게 바뀔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제기조
대선후보들이 경제정책의 제1순위로 내세우는 모토는 별반 다르지 않다.표현과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결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집권후 10년동안 경제성장률을 각각 연평균 6%, 7%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시장경제시스템이 작동하는 틀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브레인중의 한명인 이한구 대선기획단 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려면 시장의 자율과 책임, 공정경쟁이 중요하며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깨야한다"고 말했다.
노후보의 정책기조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이 가 있다. 재산 분배시스템을 개선시켜 중산, 서민층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적절한 분배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으로 중시하겠다는 주장이다. 강봉균 특보는 이한구 위원의 공격에 대해 "민주당의 정책기조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하되 복지분야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강 특보는 또 "한나라당은 재정, 금융정책을 통한 6%성장을 얘기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동북아 경제권에서 과거에 없었던 성장잠재력을 찾아내고 여성인력을 활용해 성장을 1%포인트정도 키워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정책
세금을 어떻게 거둬들일 것인가에 대한 두 후보의 시각엔 상당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이후보는 변칙상속이나 증여등 법이 정해놓은 조항과 비슷한 유형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노후보는 그러나 과세대상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고 모든 종류의 소득에 세금을 내기는 완전 포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금융정책
금융정책에 대한 접근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후보는 관치금융의 제도적인 기반을 제거해 시장규율을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고 금융감독과 금융산업 정책을 분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중소기업들이 돈 빌리기를 쉽게 하고 서민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제2금융권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했다.
노 후보는 신용보험제도 도입, 금융지원 강화, 경영컨설팅 확대등을 통해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서민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하고 신용평가제도를 선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주식시장 수요기반을 확충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