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 가속… 내실 중시/재계 내년 경영계획수립 고심

◎환율·자금시장불안이 최대 걸림돌로/“체감경기는 99년이후에나 회복” 전망/투자 동결·매출 10∼15%만 늘려잡아「▲수익중시 내실경영 ▲재무구조개선 ▲핵심사업외에 투자축소 ▲글로벌경영 가속화 ▲사업구조 재편 ▲한계사업철수 가속화」. 재계가 긴 불황과 예측불허의 경영환경 속에서 그리고 있는 내년도 경영계획의 밑그림이다. 주요 그룹들은 내년은 변수가 워낙 많아 그룹경영전략은 물론 계열사에 대한 경영계획 수립 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경기가 올 3·4분기에 저점을 지나 내년부터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썰렁하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들은 불황의 터널이 내년에도 지속되고, 오는 99년에나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형확대의 견인차인 수출과 수익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불안정하고, 부도사태로 금융시장은 혼미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내년 계획짜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자금 조달마저 쉽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사업에 대한 궤도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연말대선 등에 따른 새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나타날 지도 잔뜩 걱정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환율불안과 자금시장 불안을 내년도 경영계획수립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지난주 한때 달러당 9백10원을 돌파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등 환리스크관리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재무팀관계자는 이와관련, 『환율변동폭이 새해 경영목표 수립과 달성에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말 대선에 따른 정치논리의 득세와 차기정부의 정책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한 경영여건 속에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 등 주요 그룹들은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경영전략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주요 그룹들은 핵심전략사업에 대한 집중투자와 한계사업에 대한 철수를 통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고금리와 제품경쟁력약화에 따른 채산성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외형확대보다는 수익중시 경영에 주력하고 국내사업은 가능한 한 축소하고, 해외사업확대를 통한 글로벌경영에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올해의 경우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수출둔화 등에 따른 최악의 불황속에서도 정보통신 유화 조선 등이 체면치레를 해준 덕에 매출 등 연초 경영목표에 턱걸이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매출은 올해보다 10∼15% 늘려잡고, 투자는 올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소폭확대하는 등 내실경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3대 핵심사업외에는 비주력사업과 국내사업은 축소지향적으로 수립하고, 동유럽 등 전략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글로벌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매출은 올해 추정치(85조원)보다 10% 늘어난 91조3천억원을, 투자는 올해수준인 9조원으로 묶기로 했다. 이와함께 소그룹간 상표공유 및 부품공동구매 등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현대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수익중시의 보수적 경영에 치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21세기형 사업구조재편에 필요한 전략사업에 대한 투자는 집중하기로 했다. LG는 내년을 어떤 환경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체질을 갖춰 「수익창출 기반」을 구축하는 해로 정하고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에너지 화학등 선택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계열사별로 컨센서스 미팅을 진행중이며, 오는 11월에 구체적인 신년 경영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대우는 수익성위주의 내실경영을 위해 제2관리혁명을 지속하고, 해외사업장에서의 수익성제고를 겨냥, 해외지역본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의 조직관리능력을 배양하고, 효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선경은 ▲내실경영체제 강화 ▲이동통신 에너지 등 핵심역량 사업 집중 ▲품질 및 서비스경쟁력강화 ▲글로벌마케트에서의 국제경쟁력강화 등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이와함께 쌍룡은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가속화, 한화는 ▲계열사별 투자결정에 책임을 지는 「투자실명제」 도입 ▲강도높은 재무구조 개선 ▲사업재편 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진 두산 효성등도 주력사업의 경쟁력강화, 해외사업 확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한 장단기 예측력 강화, 책임경영체제 강화에 힘쓰기로 했다.<이의춘 기자>

관련기사



이의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