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의 외환보유액 운용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가진 주요국 중앙은행 외환투자 실무자들이 외환운용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투자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긴밀한 정보교환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은 조선호텔에서 중국ㆍ일본ㆍ인도ㆍ싱가포르 등 20개국 중앙은행과 세계은행 외환보유액 운용담당 고액실무자들이 모인 ‘외환보유액 운용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외환보유액 운용 관련 이슈를 주제로 각국 중앙은행 실무자들이 대규모로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제안해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외환보유액 1위인 중국(9,411억달러, 6월 말 기준)과 2위인 일본(8,719억달러, 7월 말 기준)을 비롯, 상위 10개국 가운데 6개 나라가 모두 참석했다. 이들 국가가 보유한 외환규모만도 3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참석자들은 외환보유액 운용의 최대 이슈인 ‘투자다변화’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내놓았다. 기조연설에 나선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전세계 121개국 신흥시장국이 초과 보유한 외환액은 2조달러에 이른다”면서 “글로벌 자본 불균형에 대한 국제금융기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제금융계가 인정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면서 “쌓여 있는 외환보유액을 연기금ㆍ주식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상황에 대해서도 “2년 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을 줄여도 금융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 3월 인도 뭄바이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투자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국제기구에 외환보유액을 맡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다변화에 대한 높은 우려감도 제기됐다. 이영균 한은 부총재보는 개막연설에서 “투자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섣불리 고수익ㆍ고위험 자산으로 다변화하게 되면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투자 다변화 노력이 때로는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외환보유액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 운용과 통화정책 목표가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