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대한 증시의 평가는 무덤덤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리라고는 처음부터기대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자금과 증시 자금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대체성이 거의 없는데다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직접적인 `약효'를 낼 수 있는 조치가 배제됨으로써증시가 덕을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자칫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가져온다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제기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주식투자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차원의 수혜를 기대했다.
◆"당장은 나쁘진 않다" =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는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알려진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인데다 부동산대책에 따른 파급효과는 이미 증시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이번 조치가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올 경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소지가 남아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박영태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지지는않을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수급측면에서 주식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김지환 투자전략팀장은 △성장중시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시장에 중과세 및 대출억제 조치라는 정책조합을 사용함으로써 증시에서 중시하는 미래의 성장 기대치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고 △부동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버블화와 미래의 붕괴위험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향후 예상되는 경기회복의 건전성을 확보하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애널리스트는 "향후 세금 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해내수가 위축될 우려는 있겠지만 당장 주식시장이 이를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세 부담 증가로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올수 있어 부동산대책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중립 이하'로 판단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JP모건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 안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명히증시에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단기적으로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봐야한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UBS서울 장영우 대표도 "이번 대책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증시에 긍정적인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대책으로 인해 고소득층의 소비위축이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유인 효과?..`글쎄' = 이번 조치로 부동산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증시에서 크게 기대를 걸었던 적립식 펀드 세제혜택이 결국 무산됨으로써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직접적인 동인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시장이 적어도 1년 정도는 하락 또는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지는 미지수"라면서 "이는 부동산투자자금과 주식투자자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도 "부동산대책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온다는 기대는 할 수 없다"면서 "그보다는 유가와 선진국 증시 흐름이 우리 증시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을 잡는다고 해서 증시가 대신 부양된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플러스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뚜렷한 자금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증시에 대한 상대적 관심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면 주식쪽이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부동산에 투자돼있는 자금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시중에 표류하는 자금을 유인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증권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