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청도 소싸움서 배우는 리더십

소를 보면 농촌에서의 어린 시절이 연상된다. 논밭과 더불어 소는 중요한 재산 목록이었다. 농사를 짓는 수단일 뿐 아니라 잘 키우면 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비록 초등학교 어린이일지라도 등교하기 전 소먹이부터 챙겨야 했고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저마다 자기 집 소를 이끌고 가까운 야산으로 소먹이에 나섰다. 인도가 소를 신과 같이 예우해 길거리에 소가 지나가면 자동차가 멈춰서듯이 우리의 농촌은 소를 농경수단으로,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중요시했다. 사람의 하루 세끼보다 오히려 소의 하루 세끼를 챙길 정도로 소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온 가족이 매달렸다. 그래서 나는 청도 소싸움을 즐겨본다. 소싸움은 소의 크고 작음에 구애받지 않고 힘과 기술로 한판 승부를 겨룬다. 소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소 주인이 소꼬리를 붙잡고 흔들어 격려하는 것인데 꼬리를 얼마나 잘 흔들어 소를 잘 격려하느냐에 따라 승부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소꼬리론’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산업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서점가에서 리더십과 관련된 책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세계 석학이나 유명 CEO의 강의에 가보면 으레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가 리더십이 기업이나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잭 웰치는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나게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꼽는다. 농촌 출신이라서 그런지 나는 바로 ‘소꼬리를 잘 흔들어 소를 신나게 하는 것’에서 리더십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정부의 산업정책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들을 신나게 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의 경우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산업보다 높다. 건설산업이 활성화되면 그것은 곧 경제의 활력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건설산업에만 가혹하게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보면서 소꼬리를 흔들어 건설업체들을 신나게 하는 건설정책이 나올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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