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관심이 앗아간 '기능강국'

김호정 기자<사회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통산 15회 및 6연패의 꿈이 끝내 좌절된 지난 1일 핀란드 헬싱키 한국 대표단 관계자들의 표정은 내내 무거웠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출발 전부터 종합우승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긴 했다. 그러나 아무도 71년 스페인 기혼대회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 3개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충격이 더 컸다. 이동훈 한국선수단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대회 결과를 끝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지 폐회식마저 불참한 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오후 서둘러 귀국했다. 이날 저녁 폐회식에서 만난 선수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목별 심사위원들은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선수들은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에 기능올림픽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며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을 준비해왔지만 “모든 게 자기 탓인 것 같은 성적”에 눈물을 삼켰다. 아쉽게 4등에 머문 한 선수는 “메달을 따지 못해 당장 군에 가게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나이 제한(만 22세) 때문에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도 없고 뭘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며 울먹였다. 심사위원들도 사회 전반의 무관심에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메달리스트 출신인 한 심사위원은 “유명 스포츠 선수 못지않게 노력했고 세계 정상에 섰지만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요”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당연히 우승하는 대회라 생각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인식이 이번 기회에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속 시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회가 끝난 뒤 마냥 즐거워해야 할 어린 선수들과 전문가들의 복잡한 감정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느낀 서운함과 귀국 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 탓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훈련하면서도 3,000원짜리 야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고 일부 종목의 경우 값비싼 연습재료를 사지 못해 훈련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세계대회 국가대표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대졸자보다 못한 보수와 처우를 받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대부분이 4년제 대학 진학을 희망할 정도로 기능인에 대한 홀대와 사회적 무관심에 ‘기능올림픽 지존’ 대한민국의 아성이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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