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黨·政·靑 경쟁하듯 '위기론' 전파 "경제에 되레毒 될수도"

적절한 경고 필요하지만 진짜 위기땐 대응력 약화…지금은 심리안정 힘써야


최근 청와대와 여당ㆍ정부가 경쟁하듯 경제위기론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경제 운용방향과 시그널이 실물경제와 엇박자를 보이거나 한발 늦다 보니 정부의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경기가 둔화 국면에 막 진입했을 때는 화려한 ‘7ㆍ4ㆍ7’ 공약으로 환상을 심어줄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고통분담과 통합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초고유가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위기론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어려운 국면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경제 주체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경기 상황은 분명 위기 초입 단계라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초고유가로 인해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가율, 유동성 증가율, 수입물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 순상품 교역지수, 비경제활동인구, 기업체감경기, 기업 기계류 투자 등 각종 지표는 10년 또는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서도 카드 사태로 극심한 내수부진을 겪었던 참여정부 출범 때보다 경제여건이 더 어렵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참여정부 때는 세계경제가 호황이라서 카드 버블만 처리하면 됐으나 지금은 세계경제 침체, 금융시장 불안, 민간소비 위축,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고유가 등으로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ㆍ정ㆍ청이 이구동성으로 위기론을 전파하는 것은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되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3~4년간 대외 요건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서 경제운용 여건이 참여정부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금 같은 저성장-고물가 국면에서는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경제위기 가능성이 있을 때는 미리 경고를 주는 게 중요하고 가시화될 때는 희망의 메시지가 더 필요한데도 정부 대응을 보노라면 순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경제가 어렵다는 것과 위기 국면이라는 것은 다르다”며 “톤 조절을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위기설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정말 위기가 닥칠 경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당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치솟으면 발동하려던 고유가 2단계 조치를 150달러만 넘어서도 시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카드를 미리 써버리면서 초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정부 대응책도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경제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 어느 곳을 둘러봐도 좋은 트렌드가 없다”면서 “지금 당장을 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경제 흐름이 위기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위기론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또 기존의 경제정책조정회의 이름을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바꿔 매주 금요일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지만 회의 안건은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야당 등 일각에서는 경제위기론이 촛불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라는 의구심마저 보이고 있다. 반면 위기는 위기인 만큼 경제위기론이 정부 차원의 적절한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997년 당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동남아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치는 와중에도 펀더멘털은 문제 없다고 강조하다가 IMF 위기를 맞았다”며 “앞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기가 좋다고만 하는 것도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허 본부장도 “유가가 더 오르면 승용차5부제 시행 등 강제 조치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민간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본다”며 “경각심을 주기 위한 시그널에 대해 삐딱하게만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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