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이 병원은 어느 분야가 전문이십니까"라고 묻는 환자를 가끔 만난다. 물론 병원이 크고 성형외과 전문의가 여럿이다 보니 각자가 주로 맡아 보는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고 표방하지는 않고 있는 병원이므로 답변이 난감 해지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된 전문분야는 '성형외과' 일 뿐이다. 주변의 병원에서 간판에 버젓이 무슨 무슨 전문이라고 붙여 놓은 것을 보면 황당함을 느낀다.
아무도 XXX 전문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만 그렇게 주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름지기 전문가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어야만 한다. 고혈압 전문 약국이나 당뇨병 전문 약국처럼 아무 근거도 없이, 다만 상술로 붙여 놓은 그런 간판들을 소위 한국 정부에서 인정한 '전문의'들이 너도 나도 붙여 놓고 환자들을 기만하는 세태가 씁쓸하다.
무면허 의료가 판을 치고 성형외과 전문의와 일반의가 구분조차 애매한 국내에서, 이제는 아무 근거도 없는 쌍꺼풀 전문과 악안면 전문병원이 활개를 치고 있다.
수술하다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병원일수록 돈을 많이 벌고, 사기를 잘치는 의사가 더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구조적 문제 속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병원 역시도 하향 평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가 보다.
/백승준ㆍ세민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