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체력이 다시 약해지고 있다. 그 동안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던 외국인들의 공격적 매수세는 더 이상 큰 기대를 걸기 힘들어졌고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오로지 미국 증시의 움직임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징후가 아직 모호한 가운데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 투자자들이 선뜻 주식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세만이 홀로 시장의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전문가들조차 섣부른 시장예측을 자제하고 있다. 자생적인 내부변수보다 통제 불가능한 외부변수가 시장 흐름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지수의 방향성을 예단한 매매보다는 저평가된 개별종목을 선택하는 데 주력하는 보수적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31일 종합주가지수는 813억원의 외국인 순매도와 763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전일보다 0.63포인트 떨어진 713.52포인트로 마감, 5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밀렸다.
◇외국인과 프로그램매매가 맞서는 시장=현재 시장의 주도세력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다.
지난 5월말부터 7월초까지 한국 증시에서 왕성한 식욕을 보였던 외국인들은 이후 관망 내지는 매도우위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후 외국인들의 하루 순매수 규모는 예전과 달리 1,0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30일과 31일에는 각각 1억원, 81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프로그램 매매는 나흘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프로그램 매수세의 유입으로 향후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매수차익거래(현물매수+선물매도) 잔액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2,000억원 수준에 육박함에 따라 앞으로 수급부담으로 작용하며 박스권 돌파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량ㆍ거래대금 감소 등 시장체력 약화=주식시장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최근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거래량은 지난 24일 7억3,272만주를 고점으로 4억~5억주 수준으로 줄어들다가 31일에는 3억8,267억주로 감소, 지난 1일 이후 한달 만에 3억주 수준으로 밀려났다.
거래대금도 최근 2조원대 초반에서 감소세를 보이다 이날 1조6,019억원으로 2조원을 밑돌았다. 가래대금이 2조원대를 밑돈 것은 지난 4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5월말 이후 5조원이 넘는 우량주를 매집하며 시장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이 최근 관망세로 돌아서자 시장의 에너지가 약화되며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거래량 및 거래대금 감소세가 대량거래 이후 급격히 줄어들기보다는 완만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승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조정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섣부른 지수예측보다 종목선택 주력=전문가들은 수급이나 시장체력 모두 조정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미국증시 동향과 외국인 매매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데다 내부 모멘텀이 취약한 만큼 섣부른 지수예측에 따른 매매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 동향에 일희일비하는 장세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지수 방향성 설정보다는 당분간 실적과 모멘텀이 살아있는 종목 중심의 개별적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도 “조정장 속에서 지수 정체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저점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