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2-8. 스웨덴-지방산업 경쟁력 제고

스웨덴은 인구 890여만 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북유럽 경제의 강자로 꼽힌다. 지난 80~90년대에 걸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이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ㆍ연구 기능이 집약된 복합단지인 `산업 클러스터(cluster)`형 도시개발을 지속적으로 실행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산학연계 산업형 도시개발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 스톡홀름 북서쪽의 신도시 `시스타사이언스파크(Kista Science Park)`(이하 시스타)는 정보통신(IT)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클러스터로 꼽힌다. ◇66만평에서 쏟아내는 IT성장 엔진 = 시스타의 부지면적은 66만평 정도로 수백만평의 단위로 개발됐던 국내 신도시에 비하면 일개 택지개발지구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엔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세계적인 대기업을 비롯해 무려 700여 곳의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기업과 연구소의 무선통신 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 IT관련 정상급 기술보유건수가 400건에 육박한다. 시스타 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3만여 명의 임ㆍ직원과 이곳 명문대학에 재학하는 3,500여명의 학생들이 긴밀한 산학협동을 통해 신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이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꼽히는 IT메카로 불리우는 이유다. ◇민간주도로 개발된 산업클러스터의 모범 = 시스타가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주도로 개발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통상 클러스터는 시스타와 쌍벽을 이루는 핀란드의 `울루(Oulu)`를 비롯, 북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40곳을 넘고 있지만 이중 상당수는 정부주도로 개발되면서 유연한 경영ㆍ연구환경을 요구하는 첨단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실패했다. 시스타 부지는 원래 군사 야적장이었다. 이곳이 첨단산업단지로 변신한 것은 70년대 중반 통신분야 전문기업 에릭슨이 연구소를 건립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에릭슨의 사업본부와 IBM이 입주한 데 이어 IT분야의 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시스타가 형성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에 신기술과 고급 인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스타 내에 스웨덴왕립대학과 스톡홀름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정보통신대학을 설립하고 각종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것. 또 스웨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연구개발 분야 투자비율에 있어 세계 1~2위권을 다툴 정도로 R&D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시스타의 완벽한 산학협동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 ◇클러스터 모델의 한계도 있다 = 하지만 이 같은 시스타 모델은 기존 클러스터 방식의 개발이 갖는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년 여 동안 이른바 `IT버블 붕괴` 여파로 정보통신관련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시스타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스타의 대표 주자인 에릭슨 등 대형 정보통신업체들의 주가가 5달러 안팎으로 급락하면서 기업의 고용과 기술투자도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 한때 구하기도 힘들었던 시스타 내 업무용 빌딩이 최근에는 공실이 발생하고 있어 관리업체들은 입주자 유치에 부심하고 있을 정도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시스타 내 오피스 빌딩 등의 건립은 계속되고 있는 반면 입주수요는 줄고 있어 2010년까지 복합클러스터로 개발하려는 장기발전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위축에 대한 우려로 시스타 내 재학생들의 사기도 많이 꺾여 있는 상태다. 현지 ELECRUM캠퍼스에 재학중인 한 한국인 유학생은 “2년 여 전 입학 당시만 해도 졸업후의 취업 걱정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산업분야로만 편향된 클러스터 개발이 갖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최근 신도시 계획을 추진하면서 주로 IT분야 중심으로만 자족산업기능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정책당국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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