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영신 여성경제인연 회장(월요초대석)

◎“선진국 남자힘만으로 되나요”/회원사 불도업체 없어 여성 저력 과시/여경련,정보부족 취약점 극복에 온힘/내달 3일 박람회 개최… 창립20년 발자취도 공개『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 남성의 힘만으로는 안됩니다. 여성들도 경제활동에 참여시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장영신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애경그룹회장·62)은 『우리나라만큼 우수하고 고등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인력을 보유한 나라도 드물다』면서 우리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해법을 여성인력 활용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보교환을 통한 여성경제인의 경영활동 지원에 역점을 둬 여경련을 이끌어 가겠다는 장회장으로부터 그룹총수로서의 근황과 함께 여성경제활동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대담:김윤식 산업2부장 ○매스컴 많이 탄다 ­요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가끔 주말에 골프장(중부컨트리클럽) 관리를 겸해 골프를 칩니다. 계열사 사장과 관리인을 대동하고 코스를 도는데, 돌면서 잡초도 뽑고 담배 꽁초도 줍습니다. (핸디캡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카운트한다며 쑥스러워 하지만 주위에선 30안팎이라고 말하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역시 일을 겸해 냉방시설이 잘된 백화점(애경백화점) 내부를 3∼4시간 거닙니다. 걸으니까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여경련회장 취임후 부쩍 매스컴을 많이 타시는 것 같은데. 제 딸아이도 장회장님을 TV에서 보고 잘 알고 있더군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허름한 차림에 편한 마음으로 외출했는데 이제는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경제인박람회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최합니다. 4일에는 개막식과 함께 제2회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도 가질 예정입니다. 사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어떻게 하면 여경련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제고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여성 취업알선 및 상담과 같은 행사 위주로 치르자는 건의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박람회를 개최키로 했습니다. 창립 20년전 여성경제인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창립 20년후 여성경제인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주소를 일반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직도 여성에게는 취업문이 좁고, 여성경제인도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차별적 문화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처럼 우수하고 고등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인력을 가진 나라도 드뭅니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대부분 가정에서 평생을 묻혀 지냅니다.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국민소득 증대를 위해서라도 기업은 여성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의 1인당 GNP를 3배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선진국이 되는데, 남자만의 힘으로 되겠습니까. ­장회장님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적 여성경제인으로 꼽히는데, 특별한 경영철학이라도 있습니까.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제일 중요합니다. 인재를 키워 잘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저희 회사는 인간화합, 자율적인 생산활동, 창의력있는 분위기 조성 등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잘 시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밑에 계신 분들도 저와 대화할 때 자기 의견을 기탄없이 개진하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부드러운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껏 노사분규로 인해 생산이 멈추거나 한 일이 없습니다. 노사화합이 잘 되는 것이죠. 미안하게도 월급은 적게 주지만요. ○밤늦도록 일 열중 ­앞으로 기업활동을 얼마나 계속하실 계획입니까. ▲여러사람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더군요. 제가 40대에 회사경영을 맡았을 때는 아이들 아버지가 남겨 놓은 회사를 발전시켜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대충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만했습니다. 취미가 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제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일을 해야겠지만, 아직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애경그룹도 21세기를 맞아 정보통신 같은 첨단업종과 금융산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정보통신이나 금융산업으로의 진출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문화를 통한 세계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애경그룹의 주력품목인 세제야 말로 인류가 생존하는 이상 꼭 필요한 것 아닙니까. (몸과 주변을 깨끗이 해주는 제품임을 강조하면서) 무엇이든 한 분야에서 일등이 돼야 합니다. 애경그룹은 기초화학공업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첨단화학공업회사로 발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일전에 난 신문보도를 보니까 여성경제인은 부도를 내지 않는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던데. ▲여경련 사무국에 알아봤더니 회원사중에 부도난 업체는 없다고 하더군요. 사실 여성경제인들은 황당한 일이나 베팅에 가까운 형태의 경영은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남성경제인들이나 하는 일이지요. ­여경련은 이제 여성경제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갈 단체로 자리매김한 것 같은데요. ▲그렇게 봐야 할겁니다. 제가 여경련회장에 취임해 실태를 파악해 보니 여성경제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정보부족이더군요. 경제정책은 물론이고 기존에 있는 중소기업 지원책도 몰라서 혜택을 못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보교환을 통한 여성경제인의 경영활동 지원에 역점을 둬 여경련을 이끌어 갈 계획입니다. ○지원특별법 추진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경제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여성경제인 지원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지금 전문가를 동원해 연구중에 있는데, 조만간 작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파리에서 열린 OECD 여성중소기업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경우만 해도 공군 구매물량의 30%를 여성경제인이 조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 남성만으론 안됩니다. ­선배 여성경제인으로서 후배 여성경제인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제가 여경련회장에 취임한 가장 큰 이유는 후배 여성경제인들에게 봉사하고 여성경제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 입니다. 후배 여성경제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한번 일을 시작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는 물론, 경쟁제품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만 경쟁력이 생깁니다.<정리=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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