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정관리, 건설 이어 외식·의류 업종까지 확산

9월이후 서울서만 하루 1개꼴 회생 신청<br>내수 침체 심해지며 먹는 장사도 못버텨


빚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최근 서울에서만 하루 1개꼴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ㆍ부동산 업종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주머니를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의류와 외식, 의류 등의 업종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매월 15~20건 수준에 그쳤던 서울지역의 기업회생신청 접수 건수가 9월 이후 매월 30여건으로 늘었다. 7월과 8월 각각 19건, 13건에 불과하던 회생절차 신청 건수는 9월 28건, 10월 31건으로 부쩍 늘어났으며 11월 들어서도 22일까지 23개의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를 견디지 못한 끝에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서울에서만 하루에 하나씩 나오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건설ㆍ엔지니어링ㆍ설계 등 건설부동산 업계가 여전히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불황이 수년간 이어지며 건설회사는 물론 공간, 명승 등 유명 건축사사무소도 연초부터 줄줄이 법원을 찾고 있다.

문제는 불황으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을 찾는 기업의 범위가 여러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경쟁력을 잃은 의류업체 등 제조업체와 치열한 경쟁과 '셧다운제' 등의 외부 악재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법원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불황에 강한 것으로 꼽히는 외식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가 심해지며 이른바 '먹는 장사'로도 버틸 수가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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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를 운영하는 크라제인터내셔널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신청을 냈다. 1998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문을 연 후 2000년 무렵에는 국내외 100여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낼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외부 투자 실패와 식자재비 인상에 따른 원가율 악화 등을 견디지 못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매머드급 퓨전 일식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A음식점도 채무를 견디다 못해 법원을 찾았다. 일본에서 직접 수입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일본식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를 차용해 맛집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용산과 서초에도 지점을 내는 등 성업을 이뤘다. 그러나 이 음식점 역시 지난 2011년 4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여파를 이겨내진 못했다. 원전 사태 이후 차츰 줄어들던 매상은 지난 7월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등의 악재가 잇따르자 결국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 한 관계자는 "가을로 접어들며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 회생신청이 늘어났다"며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회생신청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청 건수가 전년을 넘어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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