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영전략 밑그림도 못그려" 대기업들 "北 핵실험 이후 사태 지켜보자"환율 예측 어렵고 유가 변동성도 부담정유업계는 "긴축경영" 으로 잠정 결정 예년이라면 추석이 지난 후 발빠른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슬슬 움직였다. 하지만 북한이 추석연휴 동안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타임테이블이 엉켜버렸다. 시간흐름에 맞춰 준비했던 순서들이 뒤죽박죽된 것은 물론 통상적으로 점검해왔던 각종 경영 변수들의 가치도 덩달아 들썩거리고 있다. 환율과 유가 전망이 몹시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이번 북한 핵실험 사태로 컨트리 리스크 부담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에 대한 가늠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마다 내년 경영계획을 위해 진행해왔던 기계적인 단계를 전면 보류한 채 '이번 사태가 어떤 궤도로 움직여갈 것인가'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는 모습이다. 특히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일부에선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움츠러드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밑그림 그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대기업 한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다른 거시변수와 달리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결과가 엉뚱하게 나오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경영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실제로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1일 경제5단체 북핵규탄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업들은 북핵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동차 업계는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걸고 싶지만 북핵위기가 증폭되면 괜한 마케팅비용만 날릴 수 있어 내년 수출전략을 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비투자 역시 섣불리 청사진을 만들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현재로선 북핵 사태에 따른 영향을 단정지을 수 없지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각 해외 지역본부를 통해 시장별 상황을 주시하며 상황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예측이 안된다"=경영계획을 짜기 위한 가장 중요한 거시 변수 가운데 하나가 환율. 기업들은 이와 관련, 올해는 환율 예측이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점검할 자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의 북핵 문제, 엔화약세 등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있어 현실적인 환율시장 전망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특히 북핵 문제 같은 경우는 소비심리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임에도 불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판단이 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과 해운업계는 환율뿐 아니라 유가추이에도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계획 및 목표달성에 워낙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각 본부 단위로 2007년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 중인데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가 회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북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시장의 불안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고 이를 내년도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은 긴축경영"=상황이 불투명할수록 '자린고비 경영이 최고'라는 자세를 보이는 기업도 눈에 띈다. 정유업계는 일단 국가신인도 하락이 곧바로 원유도입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 내년에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잠정 방침을 정했다. 통상 4개월인 유산스(외상수입) 만기일이 2개월 가량으로 단축되면 그만큼 자금압박이 커질 수 있어 투자를 보류하고 지출을 줄이는 긴축경영에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그런 방향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경영계획을 잡기가 매우 힘들다"며 "확실한 것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한참 지나서 경영방침을 잡아보겠다는 모습도 보인다. 화섬업체의 한 관계자는 "북핵 사태로 인해 환율과 원자재 가격, 내수시장 등에 대한 예상치를 설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업 전략이나 목표에 대한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입력시간 : 2006/10/11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