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황판단 안이해 위기” 비판 여론/강부총리 오늘로 취임 6개월

◎금융 동요등 “시장원리따라” 불개입 고수/“대농·진로 처리 특혜시비 없앴다” 평가도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6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 6개월동안 강부총리는 「현실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로 경제난을 가중시킨다」라는 세평에 맞서 「경제개혁의 선구자」로 자부해왔다. 거시경제 지표와 금융지표만으로 볼 때 강부총리의 성적표는 취임당시(3월6일)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1·4분기와 2·4분기를 비교하면 분기별 경상수지 적자는 74억달러에서 27억달러로, 물가상승률은 4.9%에서 4.0%로, 성장률은 5.5%에서 6.4%로 개선됐다.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취임직전(3월5일기준) 12.45%에서 5일 현재 12.18%로 다소 하향안정됐다. 그러나 이같은 거시지표상 호전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경제팀도 이를 업적으로 자랑치 않는 분위기가 된 것은 최근 논란의 초점이 당면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차이와 정책의 신뢰성에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부총리는 기아사태에 따른 자금·외환시장 동요로 기업과 금융기관이 존망의 기로에 섰는데도 「별일 없을 것이다」며 당사자 책임과 시장원리만 내세우며 「정부지원은 없다」는 불개입 원칙만을 고수했다. 기아에 거액의 부실채권이 물린 제일은행과 종금사들이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환 부도위기로 연결돼 엄살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가서야 부랴부랴 각종 금융안정책을 내놓았다. 때문에 안이한 상황판단에 따른 정책 실기로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부총리는 스스로 21세기 국가과제를 「시장만들기 3개년계획」으로 작명, 국내 시장이 아직은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정상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바 있었다. 그런데도 원론만 강조해 현실을 도외시하다 위기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또 종금사에 채권회수 자제를 강요하고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는 등 반시장적인 시책이 곳곳에서 노출돼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기아 최고경영진의 사퇴서 제출에 걸려 기아해법을 신속히 제시하지 못한 무기력증이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도 비판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비록 속도가 빠르지는 않으나 강부총리 개혁론의 입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효과가 나타난 측면도 적지 않다. 취임한뒤 한달여(4월18일)만에 만든 부도유예협약은 대농과 진로 처리와 관련,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늘 따라다니던 특혜시비를 없애고 대기업부도에 따른 자금시장 동요를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보의 경우는 부도직전에 정부와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국가경제를 이유로 은행권에 수천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정경유착 시비를 빚었으나 강부총리팀의 부도유예협약 출범후 어설프나마 지원여부를 금융권의 판단에 맞긴 것이 유착시비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도유예협약 폐지 검토 방침에 대해 재계와 금융계가 입을 모아 「보완후 존속」을 내세운 것은 이 협약이 자금시장 동요를 줄이면서 부실기업을 처리, 금융계와 재계에 모두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기존 관행을 타파, 기업들의 부동산매각이 줄을 잇고 있으며 제일은행등으로부터 1천8백명감원과 임금동결을 이끌어 내는 등 기업과 금융기관의 변신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논리로만 따질 때는 미흡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력에 맞서 전년비 6.5%증가라는 「준긴축」예산을 고수한 것도 강부총리의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때문에 앞으로 강부총리는 원칙은 지키되 이를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경제주체들이 처한 현실에 다가서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차근차근 다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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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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