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토 스로틀 미작동·관제 부실 급부상… 조사 새 국면

"권장속도로 설정했지만 속도 뚝 떨어져"<br>기장 진술 드러나 기체결함 가능성 부각<br>7초 앞두고 속도상향 지시… 관제도 문제

조종 미숙에 무게를 두고 진행되던 아시아나기 충돌사고 조사가 기계 결함을 시사하는 사고기 기장들의 진술과 관제탑의 관제 부실 의혹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데버러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고 조사 브리핑에서 사고기를 조종한 두 기장의 진술을 공개했다.


NTSB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사고기를 몰던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교관 기장은 여느 때와 같이 권장속도인 137노트(254㎞)로 활주로에 접근하도록 오토 스로틀을 설정했다. 오토 스로틀이란 미리 정해놓은 속도에 따라 비행기가 움직이도록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다.

그러나 이후 속도는 계속해서 낮아졌고 이를 깨달은 이정민 기장은 충돌 사고가 일어나기 34초 전 고도 500피트(152m) 부근에서 속도를 높이라고 외쳤다.

조종간을 맡고 있던 이강국 기장은 이미 레버를 밀어 출력을 올려 재상승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사고기는 103노트(시속 190㎞)의 낮은 속도로 활주로에 진입하다 결국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오토 스로틀이 애초에 꺼져 있었다면 전적으로 수동 조종을 한 기장들의 과실이 크지만 켜져 있었는데도 이 같은 사고가 났다면 기계 결함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NTSB의 현장 조사 결과에서도 오토 스로틀이 켜진 상태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기장들의 증언은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통상 조종사들은 수동조작과 자동조작에 상관없이 오토 스로틀은 늘 켜놓은 상태로 항공기를 운항한다고 말한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오토 스로틀을 늘 켜두는 것이 보통"이라며 "일부러 오토 스로틀을 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물론 조종사들이 오토 스로틀을 잘못 설정했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지만 조종사들의 진술이 맞다면 조종 미숙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해온 지금까지의 NTSB의 행보와는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블랙박스 데이터와 조종사들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검증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제탑의 관제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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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B의 블랙박스 녹음장치 분석 결과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제탑이 아시아나기에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충돌을 고작 7초 앞둔 순간이었다.

충돌 34초 전부터 이미 고도와 속도 면에서 정상운항 궤도를 벗어났던 사고기는 16초 전에는 고도 200피트(61m), 속도 118노트(시속 219㎞)로 활주로에 접근할 때 권장 속도보다 눈에 띄게 느려지고 낮아졌지만 관제탑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었다. 이후 아시아나기가 활주로와 충돌하기 7초 전에야 출력을 높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종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관제 서비스는 공항마다 수준이나 규정이 다를 수 있지만 비행기가 권장 고도 밑으로 내려가면 당연히 신호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NTSB는 사고기 조종사 면담에 이어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관제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제사가 고도와 각도 등의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했는지를 비롯해 사고기 착륙 당시 관제사가 교체됐는지, 교체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조사한다.

우리 측 조사관 2명이 10일 0시20분(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하면서 한미 합동으로 진행되는 블랙박스 분석은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항공ㆍ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아시아나항공 B777 기장 등 2명은 이날 미국 NTSB의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조사에 합류했다.

사고 발생 4일 만에 현장 조사는 빠르게 마무리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기체 수화물을 정리하고 있으며 NTSB의 최종 허가를 받아 이르면 이번주 안에 파손된 기체와 잔해를 치울 예정이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미국 NTSB가 사고조사에 대한 발표를 하기 전에 우리 조사단에 자료를 제공하고 양국이 동시에 브리핑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브리핑 자료를 발표 30분 전 우리에게 제공하고 같은 시간에 양국이 발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입원 중인 부상자는 한국인 3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이며 10일까지 확인된 귀국 탑승객은 18명, 이날 귀국 예정인 한국인은 9명이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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