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복합 기능화와 공정경쟁

이재술 <딜로이트 하나안진회계법인 대표>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매장에서 빵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퀵서비스 물품을 건네받는 픽업 장소로 활용됐다. 24시간 편의점은 생필품 판매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서류를 프린트해서 받아볼 수 있는 장소로 복합기능을 담당한다. 은행도 예금과 대출의 고유기능에서 출발해 보험상품과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거래고객에 대한 컨설팅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런 복합기능화와 겸업화가 고객 서비스를 더욱 향상시킨다는 ‘긍정적 측면’과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전문 서비스업체의 경쟁력을 제한한다는 ‘부정적 측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규제를 하는 것이 정당한지가 항상 고민거리다. 미국도 지난 1930년대 이전에는 주요 은행들이 고객회사를 상대로 경영자문 서비스를 수행했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1933년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은행의 비은행업무를 금지하면서 오늘날 유수의 경영컨설팅회사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 정보기술(IT)업체인 IBM도 컴퓨터도 팔면서 IT 자문 서비스를 동시에 수행하다가 60년대 공정거래법에 의해 컨설팅이 금지됐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다시 허용된 바 있다. 회계법인도 감사고객회사에 대해서는 이해관계 상충의 가능성이 있는 컨설팅업무가 제한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도은행도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에서 경쟁하고 나아가 중국 등 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업무 등 축적된 경험이 있는 분야를 더욱 강화하고 전문화시키는 반면, 이해관계 상충의 소지가 있는 경영 컨설팅업무나 중소형회사 인수합병(M&A)업무는 국내 회계법인이나 전문 컨설팅업체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본다.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업무의 팽창으로 역할과 조직이 확대됐지만 이제 고유의 본래 기능으로 돌아가면서 조직 규모도 줄여가고 확장된 기존조직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구조조정 컨설팅 등으로 업무를 확대해 복합기능화하기보다는 한국형 선도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민간 부문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느 조직이나 본래의 자기 고유기능에 더욱 충실하면서 산업 또는 국가의 공정경쟁을 해 치지 않고 추가적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때만 복합기능화가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판단은 시대상황과 여론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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