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국내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일본 시장에 휴대전화를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양국 휴대전화 업체들의 '영역 다툼'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13일 일본 최대 이통통신사업자인 NTT 도코모와 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인 `포마'(FOMA)용 단말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내년초부터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지금까지 일본 시장에 휴대전화를 수출하지 않고 있고 카시오,산요 등 일부 일본 업체들도 한국 생산업체들을 통한 ODM(제조업체설계생산) 방식으로 소량의 제품만을 국내에 공급했었다.
그러나 LG전자가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일본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대한 공략을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초부터 NTT도코모로부터 3세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폰이나 2.5세대 GPRS단말기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일본 휴대전화 업체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TT 도코모가 개발비까지 지원하겠다며 공급을 강력히 요청했었다"면서 "그러나 일본 3세대 시장 규모가 연간 1천500만대이고 NTT 도코모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6-7개인 상황에서 큰 이득도 없이 양국간 시장만 교란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이동통신 방식이 상이하고 양국 모두 강력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확고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상대국에 진출하는 것이용의하지 않았다"면서 "LG전자가 NTT 도코모에 제품을 공급하더라도 일본 업체들의한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의 노근창 연구원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국내 업체들의 기술수준이 높고 시장장악력이 강해 노키아도 진출을 시도하다 포기했고 모토로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일본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또 "3세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G전자가 NTT 도코모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G전자는 이번 일본 시장 진출로 세계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하고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WCDMA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싱귤러 와이어리스에 WCDMA폰을 공급하고 내년초 일본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LG전자가 세계 WCDMA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10월 '포마'라는 이름의 WCDM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NTT도코모는 4천9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일본 최대 이통사업자로 현재 25%(약 1천200만명)인 '포마' 서비스 가입자 비율을 내년까지 60%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