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400억원 땅 내놓은 아름다운 기부

13일자 조간신문에는 대권후보들의 이전투구 싸움 기사 속에 400억원 상당의 땅을 고려대 의료원에 기부한 가슴 흐뭇한 기사가 빛을 내고 있다. 개인 명의 기부로는 최고 액수인데다 그것도 익명으로 조건 없이 내놓았다. 4년 전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라”는 유언을 남긴 어머니도 훌륭하지만 어머니 뜻을 실천에 옮긴 60대의 딸 또한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운송업자로 변신한 어머니가 여자 몸으로 이만한 재산을 모으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렵게 모은 재산인 만큼 더 집착하고 무남독녀인 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관념이다. 모든 욕심과 미련을 털어버리고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 어머니에게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최근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편이지만 아직 선진국과 비교할 바 못된다. 기업조차도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을 때 면피용으로 이를 활용할 정도로 순수성이 결여돼 있다. 미국은 개인이나 기업 모두 기부문화가 생활화됐다. 지난해 미국의 기부금 총 2,950억달러 중 개인이 내놓은 것이 76%에 육박하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기부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 차이는 있지만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관습에서의 탈피와 함께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개인기부금 공제한도를 소득의 10%에서 15~20%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비용 인정 확대는 물론 개인은 기부금 전액을 공제해주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부금이 기부자의 뜻에 따라 충실히 사용되도록 통합 관리 및 감시체제를 마련하는 것도 기부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높이는 길이다. 기부금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풍조도 기부문화 정착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400억원 상당의 땅을 선뜻 내놓은 모녀의 아름다운 기부가 기부문화 활성화의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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