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4일]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역대 최다 득표 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최단 기간 내에 최대의 지지율 하락을 기록하고 심지어 탄핵과 퇴진까지 요구받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대규모 리콜 요구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대통령 자신의 조급한 성과주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발시대의 성공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민선 서울시장 경험에 매몰된 정부 운영 방식이 부정적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CEO로서 일사불란한 수직적 리더십을 행사하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고 또한 같은 정당 출신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의회, 시민의 인식과 언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환경 속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대기업 CEO 때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교통체계 개편과 청계천 복원을 이뤄냈다. 그러나 대통령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된 반대 세력과 상대해야 하며 다양한 목소리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각종 시민단체 및 이해관계자들, 언론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처럼 정부 운영의 성과가 독단적으로 또 단기간 내에 창출되기 어렵다. 추진 과정에서부터 협의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다양한 세력이 존재한다. 국회ㆍ시민단체ㆍ언론ㆍ국민이 그들이다. 그리고 정부의 성과는 기업의 그것처럼 수량화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창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기업에서는 성과가 모든 것을 합리화하지만 정부에서는 성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조급한 성과주의는 인사 문제와 쇠고기 협상, 공공조직 개혁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흠결이 있는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고 쇠고기 수입도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이라는 보다 큰 성과를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 또는 수단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직사회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구조조정과 하인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위직 인사는 정치인들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고 쇠고기 수입 결정 및 장관 고시 강행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피로감에 지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공사는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 경제 환경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에 가깝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통령 자신부터 변화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에게 창의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의 사고방식과 직무 스타일이 시대에 맞게 변했다고 믿는 국민과 공직자는 별로 없다.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 경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매몰되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제를 쇠고기와 인사 문제로만 본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의 가치관과 통치 방식 자체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대통령학자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성공 요건으로 설득력(power to persuade)을 지적한다. 대통령이 다른 누구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직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공식적 권한뿐만 아니라 여론지도자와 정치인ㆍ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때 설득이 가능하며 신뢰감은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줄 때 형성된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정부가 진심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걱정하고 있다는, 그래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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