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권 규제강화 위한 사전 조사

"시장혼란 우려" 신중히 총량규제카드 만지작<br>담보인정·총부채상환비율 적용 확대 추진도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은 물론 일부 보험사와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추가로 추진할 금융 규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8ㆍ31’ ‘3ㆍ30’ 대책 등으로 이미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 상황에서 자칫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규모 실태 점검을 통해 금융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당국의 실태 점검 결과 금융사들이 정상적으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총량 규제’와 같은 고강도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란 예를 들어 매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1조원 이내 등으로 제한하고 은행별로 대출 증가분을 할당한 다음 점검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총량 규제가 금융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많다는 점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총량규제가 시행된다면 이는 굉장히 무리한 정책”이라며 “정부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량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 자율경영을 훼손하고 특히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지 대출경쟁 때문에 주택구입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 역시 “시장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총량규제를 대책 중 하나로 검토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존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LTV와 DTI 규제가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되면서 투기지역 6억원 미만 아파트나 비투기지역 아파트 폭등 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따라 소득 수준에 맞춰 대출액을 제한하는 DTI 적용 대상을 현행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과 신협,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LTV을 은행권 수준인 40%로 하향 조정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02년 말 45조7,000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80조5,000억원으로 무려 76%나 폭증했다.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이 기간 6조9,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중소 금융기관의 자금공급도 줄여야 금융규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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