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속철도공단 국내건설업체 불신/「사후관리」 벡텔사와 수의계약

◎8천만불 쓰고도 책임한계 모호정부가 국내 건설업체의 사업관리(CM)능력을 과소평가해 외국 업체에만 의존함으로써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고 국내 업체의 CM기술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한국고속철도공단이 경부고속철도의 사업관리를 미국 벡텔사에 맡기면서 국내 업체들을 완전 배제한 것도 이런 그롯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단이 벡텔사와 맺은 「책임용역」 계약이 수의계약인데다 일반적인 「자문용역」보다 비싼 것이어서 공단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돈을 더 주고 벡텔을 끌어 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16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고속철도공단은 지난 2일 벡텔사와 2년간 책임용역 계약을 하면서 자문용역보다 비싼 8천2백만달러(약 1천2백억원)를 주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벡텔에 지우겠다는 책임의 한계가 분명치 않고 공단의 능력상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다』며 『외화만 낭비한 계약』이라고 꼬집었다. 공단측은 경부고속철도의 공사기간, 사업비 등 건설 일정을 다시 점검해 사업을 관리하되 잘못이 있을 경우 용역비의 10%까지 변상시키는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책임 여부는 전체 사업이 끝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2년 계약을 한 벡텔에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사업을 공단과 벡텔이 중복 관리하고 외국감리단·발주자·감리자간의 역할이 상당 부분 겹쳐있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업계는 경부고속철도 등 공공공사의 발주 과정을 보면서 『지나친 외세 의존』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공공발주기관들이 외국사들을 무조건 신뢰하는 반면 국내의 CM능력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A건설 CM담당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주도적으로 공사를 수행하고 기술력이 부족한 부분은 그 분야에 탁월한 외국사들과 부분 계약을 맺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업관리의 책임을 외국업체에 일임할 경우 공단의 존재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우리 업체들이 외국에서 CM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실적은 많다. 현대건설은 지난 86년 현대자동차 캐나다 조립공장과 87년 미국 LA자동차 배기가스시험장 신축공사를 CM방식으로 해냈다. 지난 3월에는 터키 이스탄불에 현대자동차 터키공장을 계약해 CM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우건설도 폴란드의 바르샤바 대우센터 프로젝트와 중국의 상해비즈니스센터사업을 CM방식으로 수주, 공사를 하고 있다. 또 북경과 필리핀 등지의 발주처와 CM계약을 맺어 고층건물 신축공사를 하고 있거나 계획단계에 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오는 99년까지는 공공공사에 국내 업체들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을 방침이어서 업계의 기술력 발전을 오히려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CM은 기술력뿐 아니라 발주국의 사업 환경을 이해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며 『고속철도공단이 사업관리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벡텔에 맡기고 국내 업체들을 배제한 것은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성공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측은 『앞으로 벡텔과의 사업관리 추진과정에서 국내업체에 기술전수가 이뤄지도록 힘쓰겠다』면서 『공단도 벡텔의 고급인력이 투입됨에 따라 공단의 인력운영도 탄력성을 기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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