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기요금 체계 개편] 철강 2688억 추가부담에 적자 볼 판… 정책실패 기업에 떠넘기나

제조업 영업익 1조4,000억 감소 불가피<br>6월도 여름요금 적용·피크시간 할증료<br>4인 도시가구 월 평균 1,310원 더 내야

이석준(왼쪽)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골자로 한 에너지가격구조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이번 전기요금 평균 인상률은 처음으로 5%대 벽을 넘어설 만큼 큰 폭이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라도 전기수요를 줄여야 전력 보릿고개를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4인 도시가구(월평균 사용량 310kWh)의 전기료 부담이 월평균 1,310원 늘겠지만 올겨울 80만kW에 가까운 수요감축 효과도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개편에서 저항이 큰 주택용∙농사용 등은 소폭 올린 반면 산업용 요금은 대폭 올린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장 1만여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이 이번 요금 인상으로 1조4,000억원이나 급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당국이 거듭된 수요예측 실패와 원전 비리로 인한 설비가동 중단 사태로 전력난을 초래하고도, 결국 기업들에 부담을 떠안기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6월에도 여름 요금 적용=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전력 다소비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소비 수준은 1달러당 497Wh(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달러당 267Wh)보다 70% 이상 높다. 매년 전기소비 증가율도 가팔라 지난 2008년 4.5%, 2009년 2.4%, 2010년 10.1%, 2011년 4.8%, 2012년 2.5%에 달한다. 누적 증가율만 19.3%다.

2006년에 25년 후인 2030년 전체 에너지에서의 전기 비중을 21%로 예측했지만 지난해 벌써 19%에 도달했다. 20년 가까이 빠른 증가세다. 일본(-4.6%), 미국(-1.9%), 독일(-2.7%) 등 주요 선진국들의 지난 5년간 전기소비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다른 에너지가격에 비해 전기요금이 최소 수준으로 유지돼 유류나 가스에서 전기로 소비가 옮겨간 것도 문제다. 2005~2012년 전기요금 증가율은 33%에 불과했지만 등유는 60%, 도시가스는 7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기소비가 40%나 증가한 데 반해 등유는 44% 감소했고 도시가스는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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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과 함께 요금체계도 손봤다. 최근 전력사용환경 변화를 반영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피크전력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수요 패턴 변화를 감안해 계절별ㆍ시간대별 구분을 확대한 것이다. 여름철을 기존 7~8월에서 6~8월로 늘렸고 최대부하시간 역시 5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렸다.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특정일 피크시간대에 할증요금을 부과하고 다른 날 할인해 의무절전을 대체하는 인센티브 요금제 적용 대상을 기존 5,000kW 미만에서 고압A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로 확대했다.

◇기업만 봉?…손쉬운 산업용 전기요금만 손대=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이번에 6.4%로 가장 높은 인상폭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총 14차례의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산업용의 누적 인상률은 무려 78.2%에 달한다. 산업계가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것은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매출 기준 600대 기업 중 12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가 10% 인상되면 영업이익이 평균 2.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자산 100억원 이상의 국내 제조업체 9,525곳의 영업이익은 77조7,600억원으로 이번 전기요금 6.4% 인상에 따른 감소분은 1조4,430억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조선 등 업황 악화로 고전 중인 업계는 물론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요금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는 2011년 8월 이후 2년3개월간 5차례 인상으로 누적된 인상률 33%로 원가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철강협회는 1% 인상시 42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인상률(6.4%)을 적용하면 약 2,688억원의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철강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이은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전기로 업체는 흑자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고위임원은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공장을 가동시키려면 기본적으로 1년에 전기료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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