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영화계 제작비 줄여야"

10년새 3배 늘었지만 수익낸 영화 극소수<br>"과당경쟁 지양·HD등 새 제작방식 도입을"

특정 영화에만 몰리는 한국영화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제작비 절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이 양ㆍ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맞춰 수익을 내는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마케팅 비용은 이런 제작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 제작비 10년 만에 세배 가까이 상승=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6년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영화 평균제작비는 40억 2,000만원. 40억은 최소 관객 130만 명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액수. 지난해 총 110편이 개봉한 한국영화 중 13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든 영화는 22편에 불과했다. 이 22편 중에는 '한반도' '중천' 등 대규모 제작비가 소요됐으나 손해를 본 대형 블록버스터도 끼어있기 때문에 실제 이익을 본 영화는 20편 이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998년의 경우 한국영화 편당 제작비는 15억원. 10년 만에 3배 가까이나 늘었다. ◇과당경쟁이 만들어낸 마케팅 비용 상승이 주요인= 이 같은 제작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특히 마케팅 비용이다. 많은 스크린에 한꺼번에 영화를 걸어 짧은 시간에 관객몰이를 하는 이른바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방식이 일반화되면서 마케팅비용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 1998년 영화제작비의 20%인 편당 평균 3억원에 불과하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는 영화의 35% 수준인 14억 4,000만원까지 올라갔다. 특히 TV나 인터넷 언론을 통한 사전 홍보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이런 미디어 노출을 위한 비용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요즘은 영화제작과정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제작발표회의 경우 고급 호텔에서 가든파티 형식으로까지 치러지며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들의 개런티도 문제다. 관객인지도와 홍보의 유리함 때문에 제작사들이 일부 인기 배우들만을 선호하면서 이들의 출연료가 수억 원을 호가하게 된 것. 하지만 지난해에도 일급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들 상당수도 줄줄이 참패, '스타가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제작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과당경쟁 줄이고 새로운 제작방식 지속 도입해야=제작비 상승과 관련, 새로운 제작 방식의 도입이 시급한 문제다. 최근 영화계에 점차 활성화 되고 있는 HD영화 제작은 그 같은 차원의 시도다. HD영화는 모든 제작과정이 디지털로 제어돼 최대 97%까지도 제작비 절감이 가능하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편당 5억원이라는 적은 제작비로 4편의 공포영화를 시리즈로 내놓은 '어느날 갑자기'가 대표적 경우다. 지난해 2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 10위에 오른 '달콤 살벌한 연인'도 HD영화로 제작돼 불과 9억원의 순제작비만 들었다. 해외촬영시 해외 인력을 적극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중천'의 경우 중국스텝을 적극 활용해 제작비를 줄였으며, 최근 제작되고 있는 김태경 감독의 '므이'도 촬영지인 베트남의 인력을 대거 기용, 제작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한편 영화계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과당경쟁을 줄여 나가는 점에 입을 모으고 있다. 경쟁을 줄이고 홍보, 유통과정의 합리화를 통해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800억원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P&A(영화 프린트 및 광고비용)'을 줄여 제작비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계 전반에서도 "영화인들간의 과당경쟁을 줄여 마케팅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큰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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