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FLC 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올해 말까지 충당금을 모두 적립해 내년의 부담을 없애기로 방향을 잡았다.이에 따라 대형 은행의 경우 적어도 1조원을 웃도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예정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 결산에서도 상당폭의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상반기 중 5,6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순이익을 낸 한빛은행의 경우 대우 여신에 대해 20%의 충당금을 쌓기로 결정, 하반기에만 2조7,000억원의 충당금 적립부담이 생기면서 연말 결산에서 1조~1조2,000억원의 결손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만(金振晩) 한빛은행장은 『당장 결손이 커지더라도 부실여신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결손이 큰 대신 내년부터는 상당폭의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빛에 이어 5,400억원 가량의 흑자 보고를 한 조흥은행도 연말에는 1조원 가량의 적자를 감수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대우 여신에 대해 20%의 충당금을 쌓되 ㈜대우에 대해선 50% 가량의 충당금을 넉넉히 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DR 발행 결과에 따라 연말 BIS 비율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한 1조3,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모두 연내에 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경우 대우 계열사 여신에 대해 30%의 충당금을 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에 대한 넉넉한 대비를 마련하는 대신 연내에는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적자가 날 바에는 올해 큰폭으로 적자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모든 부담을 떠안고 내년부터 새 출발의 의지를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