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석유시장에 불 붙었다

레바논·이란·나이지리아·北등 동시다발 악재…두바이유등 3대유가 모두 사상최고치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틀째 공습으로 13일(현지시간)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있던 연료 탱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정세불안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 등 3대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급등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석유중개인들이 서둘러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국제석유시장에 불 붙었다 레바논·이란·나이지리아·北등 동시다발 악재…두바이유등 3대유가 모두 사상최고치 송영규 기자 skong@sed.co.kr 국제 정세불안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 등 3대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급등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석유중개인들이 서둘러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관련기사 • 글로벌자금 안전자산 이동 빨라진다 •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다시 수정해야 하나 국제석유시장에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란 핵 문제 UN 안전보장이사회 재상정, 북한 미사일 문제 결의안 안보리 통과 가능성, 나이지리아 반군의 송유관 공격 재개 등 4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두바이유, 북해산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석유 가격이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이달 안에 80달러 선을 돌파하고 연내 110달러까지 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WTI 8월물은 14일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정규장보다 1.80달러나 오른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는 등 하루 종일 78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초강세 행진을 계속했다. 이에 앞서 WTI 8월물은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보다 1.75달러(2.3%) 상승한 배럴당 76.70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석유거래소(IPE)에서 전일보다 2.30달러(3.1%) 뛴 배럴당 76.69달러, 두바이유는 1.49달러 상승한 7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국제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3대 석유 가격이 모두 70달러대로 올라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시간외거래에서 WTI 9월물은 79달러까지 상승했고 내년 4월물의 경우 80달러 선을 훌쩍 넘어 상당 기간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레바논ㆍ나이지리아ㆍ이란ㆍ북한…악재 동시다발 분출=이날 국제유가가 일제히 사상 최고가로 올라선 것은 지구촌의 갈등요인이 일시에 분출하며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이 13~14일 레바논 공항과 고속도로 등에 공격을 가하자 이란과 시리아가 범이슬람권의 대응을 촉구하며 중동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8위의 산유국이자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반군의 송유관 공격이 재개됐다는 소식도 유가 폭등을 부추겼다. 14일 가디언지는 최근 나이지리아 내 두 곳의 송유관이 반군의 공격을 받아 12만배럴의 수송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핵과 북한 미사일 등 양대 안보리 악재 역시 유가 상승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란 핵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P5)과 독일 등 6개국이 지난 12일 UN 안보리에 회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의 산유국인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잿빛 전망이 시장을 짓누르는 모습이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위기 역시 아직 해결전망이 불투명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맨파이낸셜의 에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도처에서 분출하고 있다”며 “모든 기름통에 불이 붙었고 유가의 향방은 상승 쪽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앨라론트레이딩의 필 플린 트레이더는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더라도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발생한 긴장이 모두 갈등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과소비가 재앙 부른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도 석유시장에 불안을 더하는 요인이다. 최근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는 올해 북대서양에서 13~16개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하고, 이중 4~6개는 3등급 이상의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이중 일부가 지난해의 ‘카트리나’처럼 석유 및 정유시설이 밀집해 있는 멕시코만을 휩쓸고 지나간다면 국제 석유시장은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의 석유 소비욕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하면서 자동차 운행이 폭주, 지난 주 미국의 휘발류 가격은 사상최고치에 불과 0.02달러 모자라는 갤런당 2.995달러를 기록해 지난 9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캘리포니아ㆍ워싱턴DCㆍ뉴욕 등은 이미 3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석유거래 전문기업인 디몬 오일의 한 관계자는 “유가는 지난 2004년에 33%나 뛰었고 지난해에도 37%가 올랐는 데 올해는 아직 26%밖에 상승하지 않았다”며 “모두 고유가를 점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내 80달러, 연내 100달러 돌파 전망도= 시장에서는 80달러 돌파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돌파 시점도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리소스트레이더의 편집장인 케빈 커는 “7월말 이전에 유가가 80달러 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이 심화됨에 따라 유가 상승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의 마크 퍼반도 “조만간 80달러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전망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유선물 전망치를 기존의 배럴당 60달러에서 67.50달러로 7.5달러 올리고 하반기 전망치도 5달러 높인 배럴당 75달러로 상향했다. 블룸버그도 원유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평균 원유가격을 이전보다 9.25달러 상향한 67.25달러로 제시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올해 전체의 유가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65달러에서 6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월가의 ‘상품전도사’ 짐 로저스는 최근 “유가는 강세장이 끝나기 전에 100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 충격을 줄 것이며 대규모 유전 발굴의 어려움이 장기적 유가 강세 흐름을 유지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커 역시 “지정학적 요인으로 원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연말에는 유가가 배럴당 95~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12개월내 100달러 돌파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가 거품 지적도 =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고평가 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거되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최소한 10~30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위기가 완화되면 유가도 60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불안감 증폭이 전쟁 프리미엄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만 프리미엄이 15달러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마빈 퍼반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국제유가는 배럴당 10~15달러 가량 고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고평가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소의 다니엘 어진 소장도 “경제는 유가 50달러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70~75달러는 이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둘라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시장에서 공급 부족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며 “투기꾼들이 지정학적 위기를 이익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입력시간 : 2006/07/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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