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당당한 증인 혼나는 의원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24일 옷 로비 의혹규명 청문회는 우리 의원들의 한심한 현주소를 또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이날 증인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답변과 해명에 적극 나서는, 소위 「준비된」증인이었던 반면, 증인을 심문해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의원들은 전혀 준비가 안된 작태를 TV 생중계를 통해 여러 차례 노출했다. 특히 여당인 국민회의 의원들은 증인 延씨에 대한 「감싸기」와 이유없는 핏대 올리기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했다. 이 바람에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국민과 증인에게 질문하면 그만이지 왜 엉뚱하게 청와대를 의식하느냐』며 『잿밥에만 신경쓰니 늘 저 모양』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동생 이영기(李英基)씨에 대한 질의에서는 증인의 훈계조 답변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박찬주(朴燦柱) 국민회의 의원은 질의를 횡설수설하다 증인 李씨로부터 『주어가 하도 많아 알아듣기 힘들다』는 면박을 듣는가 하면 『기다리세요. 받아적게』라는 힐난을 사는 수모를 당했다. 황우려(黃祐呂)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기사를 토대로 증인에게 답변을 요구하다 李씨로부터 『의원이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해야지 언론보도나 증인에게 자료를 얻으려하면 되냐』며 『증인 발언이 모두 사실이라 생각하느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증언 내용을 제멋대로 해석하다 증인의 날카로운 항의를 받고 우물쭈물하는 모습도 국민들 앞에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날 각 언론사에는 『누가 증인이고 누가 의원이냐』『이런 청문회는 누굴위해 하는 것이냐』는 항의전화가 종일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청문회 의원들은 국민들의 이같은 허탈감마저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DSJ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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