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했던 이명박 정권은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팽창적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경기침체와 세수부족, 재정여건 악화라는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 역시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보니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개선책도 없이 짐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정책행위는 무책임하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다음에 들어설 정권에서는 여든 야든 나빠진 재정여건을 ‘전임 대통령의 방만한 재정운용’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가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폭탄 돌리기 게임과 진배없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총지출증가율을 총수입증가율보다 낮게 책정하는 재정준칙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를 줄이든지 세입을 늘리든지(증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내년 적어도 중반까지 경제흐름을 지켜본 뒤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나 자칫 시기를 놓칠까 우려된다. 복지예산 지출계획이 집권 후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임기말 재정적자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공약 수정을 꺼리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땅히 국회가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과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같이 재정건전화와 균형재정을 중시하는 의원들이 모여 재정건전화의 바닥을 다져야 할 때다. 그게 국회 본연의 임무다.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식물국회가 아니라면 재정건전화와 균형재정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