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에서 최고재무담당자(CFO)로 일하고 있는 A씨(36). 두 곳의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과 재무업무를 익힌 그는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3년만에 차장에서 이사로 발탁 승진됐다. 자금을 맡고 있던 그는 정책자금 등 총 40억원의 돈을 조달하는 수완을 발휘, 회사를 한단계 성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등록작업을 진두지휘, 지난해 성공적으로 회사를 주식시장에 올렸다. 이 같은 공로로 최대주주인 대표이사 바로 밑의 2인자가 된 A씨는 자회사 지분 25%와 7억원이 넘는 성공보수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또다른 코스닥기업에서 기획과 IR업무를 하는 B씨(33)는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제의 를 받고 이직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B씨가 코스닥기업 두 곳에서 쌓은 경험을 높이 평가한 모 반도체장비업체가 중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이사 자리와 함께 지분 2%를 약속했다. 이 회사는 매출과 이익이 급격히 늘면서 내년쯤 코스닥등록을 목표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희망자들의 조바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바람에 대기업의 채용규모가 구직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실업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3D업종 등 단순노무직의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과 함께 대졸자 등 고급인력 역시 공급이 달리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부분 대졸 취업희망자들은 중소기업이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급여가 대기업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데다 비전 역시 명확치 않고 무엇보다 친구와 친척들에게 명함 내밀기가 부끄럽단다.
하지만 A씨와 B씨처럼 중소기업 취업자들의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경력의 대기업 사원들보다 보수와 권한, 그리고 비전이 훨씬 좋은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회사의 요직에 올라가 마음껏 자기능력을 펼칠 수 있고, 최선을 다해 회사를 키운 대가로 누구나 부러워할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특정 분야에서 노하우를 익힌 이들은 나중에 중소기업 전문CEO가 되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하기에 적격이다. 평생직장이 이미 흘러간 옛날 얘기가 된 지금 우량 중소기업을 찾아 전문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는 혜안을 대졸취업자들에게 기대해본다.
<이규진기자(성장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