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국이 日 식민지라면…?"막대한 자본, 고도의 인력, 장기간의 투자와 기획. 한마디로 엄청난 물량이 동원되는 영화를 일컬어 '블록버스터'라 한다.
2월1일 개봉하는 신예 이시명감독의 장편데뷔작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블록버스터임이 분명하다. 순제작비 64억원, 총제작비 80여억원, 엑스트라를 제외하고도 3개국 1,000여명의 스탭 참여, 기획기간 2년, 프리프로덕션 1년, 촬영기간 8개월, 촬영횟수 총 120회, 사용된 필름 18만자, 후반작업 4개월 등.
올해 블록버스터 영화의 서막을 알리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충무로 제작 시스템이 발휘할 수 있는 특수효과와 스케일의 규모를 보여주는데는 성공했다.
3억원짜리 세트를 다 날려 버린 '이토 회관 내 후레이센진(조선해방동맹) 진압장면'의 화려한 오프닝 장면과 충북과 음성 사이 촬영 당시 미개통 국도에서 촬영된 후레이센진과 일본 연방 수사국 JBI의 자동차 추격전 그리고 수색의 세트에서 처절하고 잔혹한 '살상'의 컨셉으로 연출된 '후레이센진 지하 아지트 습격'등.
곳곳에 쓰인 액션 장면들은 '어색하다'하기 보다는 세련되고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두 주연배우의 우정어린 연기가 힘을 실어준다. 절친한 경찰학교 동기생이지만 운명적인 대결을 하는 사카모토(장동건)와 사이고(나카무라 토오루).
60%이상이 일본어로 나오는 이 영화에서 장동건이 일본어로 연기할때는 경직된 모습을 보이지만, 두 사람의 실력대결이 영화 종반까지 펼쳐진다.
조선계 특수경찰 사카모토는 같은 조직 출신의 아버지의 불미스러운 죽음으로 힘든 유년기를 보내고, 보상이라도 하듯 철저하게 특수 수사요원으로서의 직업에 충실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계속되는 이노우에 재단과 정체 불명의 테러 집단 사이의 관계를 수사하던 중 경찰 내부의 배신과 역사의 진실을 깨닫게 되면서 경찰을 향해 총구를 겨누게 된다.
일본 정통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언 청소년기를 조선에서 보내고, 조선인인 사카모토 덕분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사이고는 위험에 처한 그를 도와주는 의리를 지녔지만, 자신의 조국과 가족을 위해 결국 사카모토와 숙명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카모토의 뒤를 쫓아 역사의 타임머신을 오른다.
결국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두 남자의 우정과 배신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감독은 이들의 투탑 시스템으로 영화를 몰고 가 '역사 대체물'의 무한한 상상력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해 오락물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복거일의 가상역사소설 '비명을 찾아서-경성, 쇼우와 62년'의 도입부(1009년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안중근의사의 저격으로부터 살해되지 않고 단지 부상만 당한다)를 차용, 흑백으로 영화의 문을 여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후 100년이 흐른 2009년으로 흐른다.
동아시아 일대는 일본제국으로 통합된 지 오래이다. 그런데 일본의 제3도시 '서울'에서는 후레이센진이라는 테러 집단이 이노우에 재단이 주최한 전시장에 침입해 난투극을 벌인다.
일본 연방 수사국 JBI의 특수 수사 요원 사카모토(장동건)와 사이고(나카무라 토오루)는 이들을 소탕하는데 성공하지만 몇가지 의문사항이 남는다.
조선계 출신 사카모토는 사건을 추적하던 중 이노우에 재단과의 연관성을 알게 되지만 경찰 내부 세력의 반발로 오히려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다.
부상을 입은 사카모토는 후레이센진의 아지트에 몸을 은거하게 되고, 그곳에서 역사의 진실과 비리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본모습을 알게 된다.
급기야 JBI는 아지트를 습격해오고 사카모토는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절친한 동료 경관 사이고와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