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 빨간색 규제 영향 기존로고 수백억들어 교체도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앞 다퉈 CI(Corporate Identityㆍ기업이미지통합)에 파란색을 채택하면서 거리의 간판도 파란색 일변도로 변화하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공식후원업체들 대부분이 파란색 계열의 CI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ㆍSK텔레콤ㆍ포카리스웨트ㆍ우리은행 등을 들 수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바다와 접한 부산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공식 앰블렘 등에 파란색이 비교적 많이 사용됐지만 공식후원업체의 후원광고 색까지 지정하진 않았다"면서 "이번 공식후원업체들의 80%정도가 파란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파란색 로고 유행은 아시안게임 후원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도 변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빨간색 로고를 파란색으로 교체한 우리은행과 녹색에서 파란색 계열로 바꾼 신한은행을 비롯해 기업ㆍ서울ㆍ외환ㆍ산업은행 등이 블루 계통의 로고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첨단기업은 물론 유통업체에서도 파란색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KTF도 사명 교체후에도 SK텔레콤과 같은 파란색 계열 CI를 선택했다. 또 로고에 전통적으로 빨간색을 사용해온 롯데백화점 마저 지난 3월 파란색 계열의 로고를 도입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최근 들어 파란색을 선호하는 것은 옥외광고물에 빨간색과 검은색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에 따라 빨간색과 검은색이 기업로고 바탕색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구청단위로 광고물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거리의 미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광고물이라면 빨간색이나 검은색이 많이 사용된 광고물도 허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이미지통합과 간판을 전국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아예 규제대상이 아닌 색으로 CI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용태 중앙대 교수(시각디자인학과)는 "기업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파란색으로 CI교체작업을 벌이는 이유는 파란색이 갖고 있는 신뢰ㆍ젊음ㆍ첨단ㆍ전문성 등의 미래지향적이면서 밝고 성숙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태극문양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우리 민족의 색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CI의 기본이 되는 조형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파란색 일색으로만 기업이미지가 통일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해 기대만큼의 광고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수기자